백낙환·강신호·신격호·배상면·박승복 … 해외 출장, 신제품 개발 … ‘팔팔한’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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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환 인제학원 이사장이 북한산을 오르는 모습. 그의 신체 나이는 73세로 실제 나이보다 11세나 젊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백낙환 이사장은 1926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만 84세이다. 백 이사장의 일정을 보면 80대 중반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월요일 서울백병원(서울 중구)을 시작으로 화·수요일에는 일산·부산의 백병원, 목요일에는 경남 김해의 인제대를 돈 뒤 금요일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업무를 본다. 일주일에 이틀은 지방에서 보낸다. 올 3월 부산 해운대에 병원을 새로 열었다. 그는 “언젠가 북한에 병원을 짓는 것이 꿈”이라며 “앞으로 10년은 더 거뜬히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백 이사장의 에너지는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 백병원 강재헌(가정의학과) 교수가 백 이사장의 건강위험도를 평가했더니 신체 나이는 73세였다. 백 이사장은 흡연과 음주를 일절 하지 않는다. 몸에 좋지 않은 짜거나 더운 음식은 피한다.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걷기 등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일요일마다 북한산을 오른다. 이런 생활습관 덕분에 사망확률이 73세로 떨어져 신체 나이가 11년 젊어진 것이다.

 80세를 넘긴 나이에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인이 많다. 회사 일을 꼼꼼하게 챙기고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며 개발과정에 직접 뛰어드는 등 젊은이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30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낸 동아제약 강신호(83) 회장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해외출장을 다닌다.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글로벌 제약산업의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미수(88)의 나이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간다. 한밤에 경영진을 부르고, 불시에 백화점 매장에 들러 운영 상황을 점검한다. 신 회장의 동생인 신춘호(79) 농심 회장은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둥지냉면과 같은 히트상품은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한다.

 국순당의 배상면(86) 전 회장은 사재를 털어 양조전문학교를 만들고 있다. 경영을 할 때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느꼈고 지금은 그 과업에 매달리고 있다. 샘표식품 박승복(88) 회장은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줬지만 식초음료의 개발과 판매는 직접 챙긴다. 박 회장은 “일이 곧 휴가”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개발한 흑초음료 ‘백년동안’은 자신처럼 100세까지 살자는 의미로 명명했다고 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팀장, 박태균·김기찬·황운하·이주연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최승식·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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