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 뜻 충분히 이해하지만 … ” 정진석 추기경 교회 화합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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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서울대교구장·사진) 추기경의 4대 강 발언 논란과 관련해 16일 열릴 예정이던 서울대교구 사제 긴급회의가 취소됐다. 이로써 정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직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던 천주교계 갈등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대교구 측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사제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천주교 주교단에서 4대 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한 정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반발하고, 일부 사제가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된 데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서울대교구 측은 이날 비공개로 난상 토론을 진행한 뒤 소속 사제 722명을 대표해 최근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긴급회의 개최에 대해 정 추기경이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면서 사제회의를 전격 취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 추기경은 “(긴급회의를 개최하려는) 사제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서 기도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추기경의 당부에 따라 사제회의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회의 개최도 추기경이 직접 관여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 평신도들의 대표 모임인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도 15일로 예정됐던 성명서 발표를 전격 취소했다. 최홍준 회장은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전체 교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침묵하는 것이 사태를 잘 넘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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