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크기 3D 자동차 디자인 시대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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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영국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프랭크 스티븐슨 수석디자이너가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그래프 아시아 2010’ 행사에서 ‘속도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Speed)’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행사 위원회 제공]


장인에겐 빈 맥주 캔 하나도 제품 디자인의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영국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수석 디자이너 프랭크 스티븐슨(Frank Stephenson·51)이 일찍이 보여준 일화다. 1959년 첫선을 보인 BMW미니를 40여 년 만인 2001년에 오늘날 모습으로 재탄생시켜 명성을 얻었다. 최종 디자인 프레젠테이션 직전 모형 작품에서 배기파이프가 빠진 걸 뒤늦게 발견하고 때마침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의 칠을 벗기고 범퍼 아래에 붙여 완성했다.

 그는 16일 국내에서 처음 열린 컴퓨터그래픽 국제행사 ‘시그래프 아시아 2010’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 ‘속도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Speed)’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제품디자인의 정서적 교감과 관련해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다고 치하했다. 또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자동차의 실물 크기 가상 모델을 3차원(3D)으로 만들어 자유자재로 디자인하는 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일 BMW, 이탈리아 페라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스포츠카 업체 맥라렌에서 일해 왔다. 서면 인터뷰를 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최소로 최고를 이끌어 내자는 게 내 철학이다. 너무 꾸민 디자인,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곤란하다. 숨가쁘게 유행을 타기보다 고유의 가치를 토대로 약간 변형을 가해도 발전을 거듭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은 패션과 다르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발달이 자동차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다.

 “묘사의 정확성과 디자인의 질, 작업진행 속도를 크게 개선시켰다. 언젠가 디자이너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디자인을 평하고 취사선택하는 일만 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서 창조가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생각과 감각을 새롭게 유지해야 한다.”

 -한국산 자동차의 디자인 소감은.

 “첫인상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뿐이라는 격언은 자동차 디자인에도 유효하다. 현대자동차 등 한국 업체들은 이런 점을 그 어느 나라 업체보다 빨리 체득한 것 같다. 여러 한국차종을 몰아 봤는데 다른 전문가들에게도 시승을 권한다. ‘동양의 잠자는 거인(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깨어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 10월 한국 첫 포뮬러1(F1) 경기에서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턴 선수가 2위를 했다.

 “맥라렌은 F1 경주용 차의 디자인과 기술을 상업용 수퍼카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번 경기를 통해 맥라렌의 기술력이 한국 관중에게 각인됐다면 기쁘겠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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