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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100만 명 시대 … 도전! 인생 3모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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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인복지센터 DJ를 하는 조용서(83세)씨.

“안녕하세요, 정을 주고 정을 받는 정다운 DJ 조용서입니다.”

 회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멋지게 맨 DJ는 멋진 오프닝 멘트로 오후 방송을 알렸다.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3층 스튜디오. 잠시 후 DJ가 송대관의 ‘네박자’를 틀자 스튜디오 바깥의 할머니들이 어깨춤을 춘다. 조용서(83·경기도 고양시 주엽1동) 할아버지는 ‘스타 예능인’이다. 2년째 구내 방송 프로그램 ‘라디오 실버스타’를 진행한다. 조 할아버지는 이슬람 문화 관련 6㎜ 영화를 틈틈이 찍어 영화제에 출품한다. 그는 “주변에서 DJ를 우러러본다. 새로운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조 할아버지는 55세에 운송회사를 퇴직한 뒤 일본어 실력을 살려 20년간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는 “젊고 건강하게 사는 90대 선배들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80세 전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50대에 직장을 은퇴하고 75~80세까지 제2의 인생(2모작)을 살다 그때부터 길게는 100세까지 제3의 인생을 보낸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영어회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봉사의 삶을 산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건강해지고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80세 이상은 덤으로 사는 시기라고 생각해 소비나 하거나 돌봄을 받았으나 요즘에는 생산활동을 하는 제3의 수확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3모작에는 건강 유지가 필수. 무릎관절·고관절·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80세 이상 어르신들이 4년 새 두세 배 늘었다. 88세 할머니가 피부성형 치료를 받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는 할아버지도 있다. 인제대 백병원 강재헌 교수는 “종전에는 80세가 넘으면 그냥 넘어갔던 질병이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0세 이상 인구는 95만여 명(65세 이상 노인의 17.8%)으로 10년 전 48만여 명의 두 배가 됐다. 내년이면 100만 명이 넘고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의 38%로 늘어난다. 100세 이상 노인은 지난해 말 현재 2335명으로 매년 900여 명이 100세가 된다. 하지만 독거노인이나 아픈 사람이 증가하면서 부양 부담이 급증한다. 노인 의료비 중 80세 이상이 쓴 돈이 2005년 13.3%였으나 올해는 18.4%로 올라갔다. 건국대 김원식(경제학) 교수는 “80세 이상의 의료보험 분리 등 노인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팀장, 박태균·김기찬·황운하·이주연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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