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RY CORYELL 〈Fallen Angel〉

중앙일보

입력

1959년 남부 워싱턴 주의 한 포도원 근처에 주차시켜 놓았던 아버지의 차 속에서 한 소년은 전에 들었던 'Salt Lake City's KSL'란 곡의 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의 음색을 처음으로 접한다. 기타리스트 웨스의 음악에 반한 이 소년은 웨스 몽고메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다녔으며 제 2의 웨스를 꿈꾸며 재즈 기타에 열중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일요일 오후 웨스가 있다는 순항 보트의 갑판 위에 탄 소년은 웨스 몽고메리를 면전에 두고 자신이 직접 가져온 기타로 웨스의 'West Coast Blues'를 솔로까지 똑같게 연주한다. 물론 그 소년은 지금 소개하려는 래리 코옐의 30년전 어린 시절의 한 단편이다.

스탠더드 곡들을 새롭게 편곡하여 프로젝트 형식을 빌려 다른 느낌으로 들려주고 있는 93년 작 그의 〈Fallen Angel〉앨범은 사실 그의 수많은 다른 작품들- 71년작: 〈Beforefoot Boy〉이나 85년작:〈Together〉 등 - 이 별 4개반의 평점을 받은데 비해 단 2개라는, 평론가들에게 그리 후한 점수는 받지 못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곡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로렌 우드가 부르는 영화 삽입곡으로 널리 알려져 친숙한 'Fallen'이다. Klyde Jones와 Jeanie Bryson의 감미로운 보컬과 후반부의 Richard Elliot의 유연한 테너 색소폰 솔로가 아름답게 연주되어 언제 어디서나 듣기에 부담없어 편안하다.

4번 트랙에서는 그의 오랜 스승이자, 그를 재즈 기타로 인도했던 웨스 몽고메리가 직접 깁슨 L-5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며, 래리 역시 웨스 몽고메리에게, 기묘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12번 트랙 'Westerly Wind'를 통해 그 보답에 헌정하고 있다.

에롤 가너의 'Misty'는 화려하며 레게 풍의 감칠맛나는 편곡이 매우 훌륭하며, 얼마전 한국을 다녀갔던 멀그루 밀러가 루더의 새 피아노에 앉아 음악적 마술을 내뿜는 듯한 손색없는 연주를 들려준다.

'Pieta'에서는 테드 로젠탈이라는 CTI 레코드사의 걸출한 피아니스트의 기용으로 'Pieta'를 더욱 더 우아하게 해준다. 테드 로젠탈은 또한 'Monk's Corner'라는 곡에서 몽크의 독특한 프레이즈에 못지않은 연주를 들려준다.

그 외에도 돈 세베스키작의 빌 에반스를 추모하며 몽롱한 기타 사운드로 연주된 'I Remember Bill', 펑키감이 돋보이는 'Inner City Blues'에서는 4월 2일인 래리의 생일과 같은 날짜에 태어났다는 작곡자 마빈 게이의 곡이기 때문에 래리가 직접 곡 참여를 희망했다고 한다.

'Thus Spoke Z'에서는 '2001'이 원곡인데, 전에 이 음반의 프로듀서였던 크리드 테일러가 디오다토와 함께 연주해서 성공했던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의 후반부는 몽크의 'Misterioso' 프레이즈를 인용한 연주를 들려준다.

퓨전 재즈를 즐겨 듣는 분이나 초보자들이 무난히 소화할 만한 앨범이다. 그의 라이너 노트를 펼치자마자 그가 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씌어져 있다.

"감정이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지 음악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듣고 있는 동안 당신이 주의깊게 듣는다면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이끌어내려고 했던 어떤 경험들에 대한 내 사고의 단편을 당신과 공유한 셈이므로 매우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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