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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이어 '부담'으로 인기몰이, 백지영

중앙일보

입력

파격적인 깃털 의상과 대담한 춤. 엄정화의 뒤를 잇는 섹시한 여가수로 떠오른 백지영.

하지만 무대 밖에서 만난 그녀는 거침없는 성격에 박력있는 말투가 오히려 선머슴에 가까웠다. 라틴 리듬의 타이틀 곡 '선택'으로 데뷔 두 달 만에 앨범 7만 장을 팔아치운 신인가수 백지영의 무대 안팎 매력분석.

화려한 원색의 무대. 관능적인 라틴 리듬에 맞춰 늘씬한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무대 중앙에선 가슴에 깃털을 단 대담한 의상의 가수가 노래를 한다. 매혹적인 허스키 보이스, 리듬에 맞춰 어깨를 흔들 때마다 강조되는 가슴. 순간 관객들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가수 백지영(21세)은 한마디로 '섹시하다'. 섹시함을 무기로 만년 불황인 가요계에 데뷔한 지 두 달 만에 7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팔아치웠다. 타이틀 곡 '선택'은 지금 전세계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렬하고 화려한 라틴 리듬의 곡.

'기타의 달인' 함춘호의 플라멩코 기타에 이주한의 트럼펫 연주가 힘을 더해 완벽한 라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뮤직 비디오도 라틴 음악의 본고장 스페인에서 찍었다. 하지만 결정타는 가수 백지영의 매혹적인 허스키 보이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 파트에서 빛을 발하는 그녀의 매력적인 보컬이 라틴 음악 특유의 관능미를 배가시켰다. 그리고 가슴 부분에 깃털을 단 파격적인 의상과 가슴을 흔들어대는(?) 일명 '어깨춤'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무대 밖에서 만난 백지영은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 씩씩한(?) 말투가 오히려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느낌이다. 가슴 아래가 망사로 된 셔츠에 배꼽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그것조차도 섹시하다기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을 준다. 정말 '이 백지영'이 TV에서 보던 섹시한 '그 백지영' 맞나?

"원래 제 모습은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어려서는 권투를 배울 정도로 활동적이었고, 성격도 활발해 선머슴 같다는 소릴 들으며 자랐죠. 그래서 데뷔 준비를 하면서 타이틀 곡의 분위기에 맞춰 '섹시한 척'하느라 정말 혼났어요.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이판사판으로 노력하니까 비슷하게 되더라구요. 팬 여러분이 섹시하다고 봐주시니 성공한 셈이죠."

데뷔 두 달째인 햇병아리 신인 같지 않은 거침없는 대답. 말투에선 애교가 아닌 박력(?)이 묻어난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남자 같은 성격. 이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가수의 꿈을 가진 것은 대학시절. 백제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였다. 우연히 그녀의 노래를 들은 교수가 가수를 적극 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더욱이 그 무렵엔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연기자보다는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가수가 되겠다고 작곡가 선생님들을 쫓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정식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운좋게도 한번에 합격했어요."

그녀의 어릴 적 꿈은 '떡볶이 장수'. 집안이 어려워 떡볶이 장사를 하던 할머니가, 어린 마음에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모두 공무원으로 맞벌이를 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모, 삼촌까지 줄줄이 있는 대가족을 부양하기에 공무원의 월급은 늘 부족했다.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고, 초등학교 시절에는 친구 한번 변변히 사귀어볼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대가족 속에서 그녀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로 행복하게 자랐다.

"삼남매 중 둘째예요. 위로 오빠는 다섯 살이 많고, 밑에 여동생은 연년생이죠. 그런데 우리집에서 말썽쟁이는 저 하나밖에 없었어요. 오빠나 동생은 모두 내성적이고 말이 없었거든요. 남자가 너무 내성적이라고 걱정을 하시던 아버지가 하루는 오빠에게 권투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못하는 운동이 없으셨거든요. 저도 배우겠다고 떼를 써서 같이 배우기 시작했죠. 그런데 오빠보다 제가 더 권투를 열심히 하고 잘했어요. 그때부터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하게 됐어요. 아, 구기 운동은 예외예요. 전 공이랑은 별로 안 친하거든요."

그렇게 남자 같은 성격에 운동 잘하는 꼬마 백지영이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노래하기. 어려서부터 집안 식구들이 부르는 노래를 흉내내던 것이, 어느 순간에는 어린이 노래자랑에 나가 상을 탈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당시의 애창곡은 학교에서 배운 '고향의 봄'과 집에서 배운 '피리부는 사나이'. 그때는 지금의 허스키한 목소리와는 달리 '은쟁반에 구슬 굴러가는 소리'로 노래했다.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까지만 해도 제 목소리는 깨끗한 미성이었어요. 그러던 것이 본격적인 노래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거칠어졌죠. 지금은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이란 소리를 들어요. 하지만 가수로 데뷔하고 나서도 목소리가 계속 거칠어졌어요. 병원에 갔더니 성대에 이상이 있대요.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어서 조심만 하면 가수활동에 별로 지장이 없을 거래요. 다행이죠."

목이 상할 정도로 무리한 연습 덕분(?)에 얻은 매혹적인 허스키 보이스. 지금은 그 매력을 해외에서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대만에서 백지영의 음반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온 것.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당분간은 후속곡 '부담'으로 팬들을 꾸준히 만날 계획이다.

라틴 음악이었던 '선택'과는 달리 '부담'은 최신 유행의 테크노 음악. 노래를 바꾸면서 긴 생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깃털 달린 드레스를 히피 스타일의 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어깨를 흔들던 관능적인 춤도 반복을 강조하는 테크노 댄스로 바뀌었다. 또 한 번의 변신.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만의 색깔을 충분히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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