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원가 진실게임, “5000원도 남는 장사” … “말도 안 되는 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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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프라이드 치킨을 판 것으로 계기로 치킨 원가가 얼마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롯데마트는 원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5000원을 받아도 남는다”는 입장이다.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닭을 공급한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본지는 최근 5000원에 치킨을 판 다른 대형마트를 통해 ‘5000원 치킨’의 원가를 따져봤다. 원재료값은 4000원대 초반이었다. 대신 프랜차이즈 치킨에 비해 닭 크기가 다소 작고(800g) 양념이나 튀김옷, 기름이 덜 고급스러웠다. 이 대형마트 바이어는 “항상 이 가격에 닭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3개월 전부터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5000원 치킨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임대료를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동네 치킨가게에서는 원재료값 외에 임대료·전기세·가스비·배달원 인건비 등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가 5000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대한 의혹도 만만치 않다. 7개월 전 치킨 프랜차이즈 가게를 접은 한 업자에 따르면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치킨의 가격은 시중 닭 도매가격보다 10~15% 정도 비싸다. 본사가 제공하는 치킨 파우더나 기름도 ‘우리 회사만의 노하우’를 내세워 도매가격보다 20~30% 정도 비싸다는 것. 최근 5년 사이 닭 시세나 소스·포장박스·절임무 등 부자재 가격 오름폭을 생각하면 프랜차이즈 업계가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치킨점 전문도매업체 CK마트의 하윤진 실장은 “최근 밀가루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올라 가격인상 압력이 크다. 특히 자체 제조공장을 설치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는 기업은 그만큼 가격을 올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빅뱅·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광고 경쟁을 치킨가격 거품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BBQ의 박열하 홍보실장은 “치킨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 본사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광고비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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