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수의 수비력이 승부 결정

중앙일보

입력

한화와 두산의 '99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주전마스크를 쓴 포수의 능력차이에서 승부가 갈리고 있다.

올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두산의 홍성흔은 불안한 투수리드와 어설픈 블로킹때문에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반면 한화의 조경택은 빈 틈 없는 안방수비로 투수들의 능력을 최대화시키고 있다.

흔히 '안방마님'으로 비유되는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투수 다음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비수 중 유일하게 타자 뒷쪽에 자리잡은 포수는 관중들의 눈에는 잘 드러나지않지만 투수리드는 물론 내.외야수의 수비 위치까지 조정해야 하는 필드의 야전사령관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포수에게 중요한 것은 방망이 솜씨가 아닌 투수를 편안하게 이끌 수 있는 수비력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각 팀 감독들은 막상 선발 오더를 작성할때 타력이 뛰어난 포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시즌 10년차 베터랑 김태형을 제치고 두산의 주전 마스크를 쓴 대졸 신인 홍성흔은 수비보다는 방망이가 돋보이는 공격형 포수다.

데뷔 첫 해 타율 0.258,16홈런,63타점을 기록한 단숨에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어 플레이오프에서 주전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홍성흔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폭투 3개,패스트 볼 2개 등 무려 5차례나 공을 뒤로 빠트려 패배를 부채질했다.

2차전이 끝난 뒤 김인식 감독은 "홍성흔의 수비가 미흡하고 경험도 떨어지지만 공격 강화를 위해 계속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성흔은 3차전 1회 어설픈 투수리드로 또다시 대량실점을 제공했다.

강병철 전 한화감독은 "두산이 1회 5점이나 잃은 것은 선발 최용호의 배짱 부족도 있지만 신인 홍성흔이 리드한 볼 배합이 너무 단조로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희수 한화 감독은 공격력이 좋은 포수 김충민 대신 수비력이 앞선 조경택을 안방에 앉혀 주도권을 잡았다.

이희수감독은 "조경택 타석때 대타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포수를 잘못바꾸면 1점을 얻고 2점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눈에 드러나는 포수의 공격력과 가려져 있는 수비력의 차이에서 포스트시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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