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다문화가정 주부들 한국생활 길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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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균 대우증권 부사장(오른쪽)이 지난 9일 서울 저동1가 국가브랜드위에서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에게 책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요리』를 전달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식은 한국 문화의 뿌리입니다. 7개 외국어로 된 한식 요리책이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을 꾸려가는 이주여성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요리』(대우증권) 책자를 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몽골어·필리핀어·중국어·태국어·영어로 각각 펴낸 박승균 대우증권 부사장(60)의 소감이다. 박 부사장이 이끄는 대우증권 사회봉사단이 주도해 다문화가정 돕기에 앞장서온 ‘지구촌사랑나눔’과 한식세계화를 위해 활동해온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이 손잡고 낸 합작품이다.

 대표적 한식 45가지를 골라 요리법을 7개 국어로 번역해 모두 5만4000권을 펴냈다. 책자와 함께 떡국·송편 등 전통 음식을 소재로 한 달력도 7만3000부를 제작했다. 9일엔 책·달력을 국가브랜드위원회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박 부사장은 전달식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지만 다문화가정은 한국의 미래라는 생각에서 이 책자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외국에 적응할 때 중요한 첫째가 언어, 둘째가 음식”이라며 “이주여성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뿌리내리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희망을 얻고 ‘우리가 대한민국에 잘 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세상,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박 부사장은 “우리 사회가 결혼 이주여성 및 외국인 근로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배려·존중의 정신으로 채워질 때 우리의 국격과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다문화가정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국가브랜드위원회의 ‘다문화가정 상호교육 멘토링 사업’이나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사회통합교육’과 같은 화합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석동현 법무부 외국인정책본부장은 “이 책을 외국인등록을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환영의 선물로 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번역에 도움을 준 이주여성 유세영(32·필리핀 출신)씨는 “이 책은 요즘 말로 ‘완전 대박’으로 빨리 나왔으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시어머니와 남편이 더 좋아했을 것”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들도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보며 한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 목사는 “이 요리책은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을 진정한 한국인으로 우뚝 서게 해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목사는 “다문화가정 부모들 중엔 분유통에 적힌 한국어 설명을 이해 못 한 나머지 아기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경우까지 있었다”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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