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엘 시스테마 … 오늘 ‘꿈을 그리는’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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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서발달서비스를 받는 경기도 구리시의 ‘휴먼아이 플룻유스오케스트라’ 소속 아동들이 8월 초청공연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11일 서울용산문화예술회관에서도 공연한다. [보건복지부 제공·중앙포토]


경기도 군포시의 손준용(8)군은 암기력과 수학능력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을 계속 깜박이고 말을 많이 더듬었다. 또 TV에서 축구 같은 승패를 가르는 경기를 볼때면 너무 산만했고 쉽게 흥분했다.

 그러던 준용이가 1년반 만에 학교 임원을 맡을 정도로 달라졌다. 어머니 채미숙(37)씨는 “지금은 말을 거의 더듬지 않고 스스로 자기 반성도 한다”며 “선생님이 ‘점잖아졌다’고 얘기할 정도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준용이를 바꿔놓은 것은 음악이다. 한세대 신희성 교수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면서 달라졌다. 쇼팽의 ‘강아지 왈츠’를 연주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준용이한테 제공된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의 ‘아동정서 발달 서비스’였다. 준용이는 이 서비스를 받으면서 모든 학원을 끊었다. 준용이는 11일 서울용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회 꿈을 그리는 연주회’에서 피아노 독주를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의 한 장면. [보건복지부 제공·중앙포토]

 이 연주회에는 157명의 아이가 출연한다. 솔로 연주 2명, 합주 5팀, 중창 1팀이다. 아이들은 2년여간 준용이와 같은 서비스를 받았다. 전국 가구평균소득(4인 가구 기준 월 391만원) 이하 가정의 8~13세 아동에게 음악치료가 제공된다. 음대·오케스트라 등 28개 전문기관이 서비스를 맡아 바이올린·첼로·클라리넷·피아노 등 악기를 가르치고 전문가 상담도 진행한다. 아이들 중에는 과잉행동장애(ADHD)·불안장애·정서행동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 임을기 사회서비스사업과장은 “베네수엘라에서 빈민 아동을 위해 시작한 음악 재활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으로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아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경기도 구리시의 정현철(13·가명)군은 선천성 청각장애아로 극심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1년반 정도의 피아노 교육이 현철이를 바꿔놓았다. 지금은 큰 목소리로 자기 표현도 하고 모든 면에서 당당해졌다. 서비스 제공업체인 ‘휴먼아이’ 김태환 대표는 “피아노 소리가 현철이에게 큰 감동을 준 것 같다”며 “덕분에 애가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11일 연주회에는 인기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감독이자 밀레니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서희태씨, 코리아 W-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김남윤 상임지휘자, 목포대 김신영 교수 등이 참여해 재능을 기부한다. 정서발달 서비스는 33개 시·군·구가 시행하고 있으며 아동 2440명이 음악교육을 받았다. 총비용 20만원 중 이용자가 월 2만~4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한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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