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근 도발은 새 흐름 … 내부 통제 안돼 나온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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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패러다임 전환’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와 소식통이 최근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의 북한 도발을 완전히 새로운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날카로운 시각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연평도 공격이 북한의 ‘루틴한’(상투적인) 연속적 패턴 속에서 나온 또 하나의 도발 행위란 견해가 많지만, 북한이 현재 내부적으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도발이 나온 것이라는 판단 아래 더욱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사견을 전제로 “북한이 전례 없는 도발을 계속하는 만큼 우리도 이제는 특단의 조치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단의 조치’란 북한의 핵능력 증가와 상습적 군사도발에 맞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주한미군 증강을 비롯해 모든 안보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외교가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풀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말레이시아에서 “머지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며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부 내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에선 북한의 변화상을 심각하게 보고 그동안의 ‘설득 외교’에서 ‘강압 외교’로 대북 기조를 바꾸고, 안보태세도 ‘적극 대응’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개발 프로그램이 정말 핵무기 개발 수준까지 진척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데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전술핵 재배치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신중론도 많아 양자가 대립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북정책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이달 말로 예정된 내년도 부처 업무보고를 앞두고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를 놓고 수차례 내부회의를 열고 있을 정도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통일부를 포함한 외교안보 부처는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초점을 맞춰왔던 기존의 접근과 달리 급진전하고 있는 북한의 후계체제와 두 차례의 대남 공격 등을 포괄하는 대북정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공식 입장은 여전히 ‘대화’=외교 소식통은 “정부 내 논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북 정책 공식 입장은 ‘대북 방어 태세는 확고히 하되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 북한의 군사도발 중단과 비핵화를 끌어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에게 “대북 대화 자체가 실종되거나 버린 카드는 아니며 시의성 측면에서 지금은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현재로선 한·미·일의 대응이 한층 강해지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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