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스웨덴정부·카드회사 ‘사이버 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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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스웨덴 여성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클라스 베리스트룀 변호사(왼쪽)가 8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스톡홀름 AP=연합뉴스]


미국 외교전문을 공개한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지지자들이 벌이는 사이버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체포와 관련된 스웨덴 정부기관, 위키리크스에 대한 온라인 기부 결제 서비스를 중단한 금융기관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www.regeringen.se)는 8일(현지시간) 밤부터 9일 오전 까지 불통됐다. 스웨덴 정부 대변인은 ‘사이버 공격’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지만 AFP통신 등 외신은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의 지지자들이 집단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들의 변호를 맡은 스웨덴 로펌과 체포영장을 발부한 스웨덴 검찰 웹페이지도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아 마비됐다.

 마스터카드는 8일 “온라인 결제 보안코드에 문제가 생겨 일시적으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족 작전’이란 이름의 온라인 집단은 이날 자신들이 마스터카드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 경찰은 마스터카드를 공격한 핵티비스트(사이버 해킹 활동가 집단)들이 자국 내 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하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간 뒤에는 비자카드 웹사이트가 일시 접속 불능 상태에 빠졌다. 스위스 체신청 산하의 신용사업체 포스트 파이낸스도 공격을 당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위키리크스와 거래를 중단한 금융기관이다.

 한편 위키리크스를 비판해 온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위키리크스 지지 모임인 ‘어나니머스(익명)’는 자신들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란 점을 시인하면서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방해하는 기관·업체에 대한 보복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은 “어산지가 체포된 게 미국의 음모”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스웨덴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미국의 스웨덴 대사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인터넷에선 이 여성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 요원이란 주장까지 등장했다.

한편 가디언·슈피겔 등과 함께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폭로를 주도해온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외교전문 폭로 연재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NYT는 “연재 중단 요구가 있었다”며 사실상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인 조셉 리버먼(무소속·코네티컷) 의원은 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뿐 아니라 NYT도 간첩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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