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올해의 선수 오른 ‘만능 스포츠맨’ 대만 청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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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니가 4일(한국시간) 열린 LPGA 롤렉스상 리셉션장에서 내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도전하겠다며 ‘No.1’ 포즈를 취했다. [올랜도(미국) AFP=연합뉴스]

“남자가 이겼다.”

 2004년 US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결승이 끝난 후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결승에 오른 선수는 그해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68타를 치며 세상을 놀라게 했던 거물 미셸 위와 무명의 대만 선수. 이 대만 선수는 짧은 헤어스타일에 옷도 남자처럼 입었고 스윙도 남자처럼 다이내믹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의 벽을 깨겠다”고 공언하던 동갑내기 미셸 위를 꺾고 우승했다.

 이 선수가 청야니(21)다. 아직도 남자처럼 옷을 입고 남자처럼 파워스윙을 구사하는 그는 최근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주니어 시절 청야니는 국제대회에서 신지애·최나연·박희영 등 한국 선수들에게 한 단계 뒤졌다. 그러나 장타의 위력이 발휘되면서 한국 선수들보다 먼저 여자 골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청야니는 1987년 오카모토 아야코(일본) 이후 아시아 선수 중 두 번째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가 됐다. 2008년엔 최나연과 경쟁해 LPGA 투어 신인왕도 됐다.

 청야니는 어릴 때부터 남자처럼 운동을 했다고 한다. 아직도 농구와 테니스를 즐기는데 남자처럼 거친 스타일이다. 드라이브 샷을 280야드까지 친다. “골프 선수가 안 됐다면 프로 당구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할 만큼 당구는 프로 수준이다. 당구를 잘하는 사람은 쇼트게임이 좋다고 한다. 최나연은 “장타를 치는 선수 중 야니처럼 쇼트게임을 부드럽고 정교하게 하는 선수는 못 봤다”고 말했다.

‘올해의 선수’상 트로피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 [올랜도(미국) AFP=연합뉴스]

 성격도 남자 같다. 호탕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우승 후 기자회견을 할 때 지진으로 땅이 들썩거려 모두들 놀랐는데 청야니는 “대만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남성적인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를 좋아한다. LPGA 투어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수로 꼽힌다. 난코스에서 잘 치고 큰 판에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LPGA 투어 5승 중 3승이 메이저 우승이다. 5승 중 4승이 역전승일 정도로 담력도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한번 무너지면 일찍 포기하는 단점도 있다.

 청야니는 지난해 4월 소렌스탐이 살던 집을 사면서 부쩍 성장했다고 한다. 청야니는 “소렌스탐의 우승 트로피를 채웠던 거대한 방을 나의 트로피로 장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렌스탐이 정신적으로 많은 조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박세리다. 2016년부터 정식 종목이 된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위해 중국이 귀화를 요청했다. 대기업을 통해 전용기를 포함한 파격적인 후원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만 골프의 역사를 쓰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중국의 제의를 거절했다.

 세계 여자 골프는 이제 완전히 아시아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LPGA 투어의 주요 상은 모두 아시아 선수가 받았고 세계랭킹 상위 10명 중 7명이 한국(5명), 일본(미야자토 아이), 대만(청야니)이다. 한국계 미셸 위까지 포함하면 8명이다.

성호준 기자

▶청야니(대만)

생년월일: 1989년 1월 23일 신장: 1m68㎝

■주요 수상 2008년 LPGA 투어 신인왕

2010년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

LPGA 통산 우승: 5승

세계랭킹: 5위

■2010년 성적

상금: 155만 달러(4위)

우승: 3회(메이저 2승 포함)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62.3야드(10위)

그린 적중률: 69.4%(20위)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8(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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