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해외로 해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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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우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춤해진 해외투자자들의 대한 투자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주요 그룹들은 최고경영진이 나서 해외 로드쇼를 추진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는 오는 25일부터 내달 5일까지 홍콩, 프랑크푸르트,뉴욕 등 6개 도시에서 펀드매니저,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그룹 경영전략팀과 6개 계열사가 주관하는 기업구조조정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직접적인 투자유치가 목적은 아니지만 그동안 현대의 자금사정이나 구조조정에 대해 해외에 잘못 알려진 점들을 제대로 홍보하고 향후 구조조정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겠다는게 현대의 복안이다.

이번 행사에는 박세용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 이계안 자동차, 김윤규 건설, 조충휘 중공업, 박성호 전자, 정재관 종합상사, 김충식 상선 사장 등이 나선다.

LG는 12일부터 22일까지 서울과 홍콩, 런던, 뉴욕 등지를 순회하며 LG화학과 LG정유, LG전자 등 주력 6개사 및 구조조정본부, LG경제연구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로드쇼에 돌입했다.

12일 열린 서울설명회에는 구본무 회장이 참석, 해외기관투자자들에게 LG의 구조조정 실적을 홍보했으며 해외 설명회에는 사장급 인사들이 참석토록 할 예정이다.

삼성물산도 내달초 국내 증권사가 주관하는 유럽 투자 설명회에 참가, 자사의수익성 및 미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연말까지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어야 할 재계로서는 구조조정의 실적을 알리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로 향하는 총수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출장이 드물었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지난 5-6월 유럽과 미주시장을 둘러본데 이어 9월에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했으며 13일에는 베르나신차발표회와 현지 공장 순시를 위해 인도를 방문키로 하는 등 해외사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몽헌 현대건설 회장은 이달중 고위경영진들과 함께 멕시코와 페루, 브라질 등을 방문, 중남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SK의 경우 이달들어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바통터치 형식으로 제네바 정보통신 박람회에 참석하고 있으며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업체 관계자와도 면담할 계획이다.

SK는 중국 정보통신 및 에너지화학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 손 회장과 최 회장이 올들어 모두 3차례 중국을 다녀왔으며 지난 1일에는 아예 베이징에 중국사업기획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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