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튀는 행보에 ‘타지마할 대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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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럭비공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55)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빈 방문한 인도에서 그 기질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갑자기 일정을 바꿔 부인 브루니(43)와 함께 유명한 관광지인 타지마할에 가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 “즉흥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고 기록한 대목도 들어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후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나흘간 방문 일정의 첫 행선지로 인도에서 가장 로맨틱하기로 이름난 관광지를 택한 것이었다. 애초 인도와의 사전 협의에서는 다음날 오전 행사로 잡혀있었다. 인도 언론을 인용한 프랑스 방송 TF1 등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이 “석양이 지는 때에 타지마할에 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 급작스럽게 일정 번경이 이뤄졌다.

 국빈의 이동 계획이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인도에서는 혼란이 일어났다. 타지마할에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만 오붓이 머물 수 있도록 내외국인 관람객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했고, 추가 입장권 판매도 중단했다. 인도 언론들은 타지마할에 사이렌이 울려퍼지면서 직원들이 이미 들어와있던 관람객들을 밖으로 내몰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경내에는 1만여 명이 있었으며, 표를 사지 못해 발길을 돌린 관광객도 1000여 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는 타지마할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어 타지마할이 가장 잘 보이는 숙박시설로 알려진 오베로이 아마빌라스 호텔에서 묶었다. 타지마할은 인도 자무나 강가에 자리잡은 궁전 형식의 묘지로,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 자한이 먼저 세상을 떠난 황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황제가 부인에게 바친 영원한 사랑의 징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8년 1월 인도에 방문했을 때 이미 타지마할을 구경했다. 그땐 혼자였다. 브루니는 그때까지 사르코지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퍼스트 레이디’ 자격이 없어 함께 가지 못했다. 둘은 그 다음달에 결혼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 수 개월 전에 부인 세실리아와 이혼한 상태였다.

 인도 언론들은 타지마할 관람이 일정 중 최우선 순위로 잡혀있었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낭만적 휴가’로 여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브루니 여사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남편을 따라오지 않았다.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은 12시간 동안만 서울에 머물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6일 인도의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프랑스는 인도에 전투기와 발전용 원자로 등을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인도는 프랑스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 양국은 올해 초 프랑스 정부가 인도 출신 이민자들에게 머리에 터번을 두른 사진을 신분증에 부착하지 못하도록 해 외교적 마찰을 겪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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