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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안정희구 심리 강해 서구식 민주화 기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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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3일 ‘중국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같은 개념의 민주주의 국가라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중국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3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에 참가한 학자들은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민주주의 등을 연결시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북한의 도발 자체를 불허했을 것"이라는 게 주장환 한신대 교수 등 많은 학자들의 견해였다. 그렇다면 중국의 민주주의는 서구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신봉수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유교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민주주의를 절차와 제도로 인식하기보다는 도덕과 규범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서구와 같이 이성 혹은 경험에 기초해 사유하는 '이성 민주주의(rationalism democracy)'가 아니라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도덕 민주주의(moral democracy)'라는 것이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교수는 "지난 가을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정치개혁을 촉구하면서 중국에서 한바탕 사회주의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민주주의인가 하는 '성자성사(姓資姓社)' 논쟁이 벌어졌다"며 "이같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 '중국특색의 민주주의'의 본질은 서구와 같은 민주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통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에서는 당분간 서구와 같은 민주화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는 민주화 요구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환의식이 더 크다. 안정을 희구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전제한 뒤 "1989년의 천안문 사태 이후 민주화 운동이 중국에서 사라진 것도 안정을 바라는 중국인의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구소련 붕괴를 목격한 뒤 중국의 우환의식이 더 커졌다. 단순한 소득증가가 중국에서 민주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안정을 걱정하지 않는 시점에 이르기 전까지 중국에서 아래로부터의 체제변화 요구나 민주화 실현 등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환 교수는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과 관련해 세 가지 경로가 제시했다. 첫째는 중국 공산당이 영도적 지위를 포기하지 않은 채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 둘째는 서로 다른 지지기반을 가진 당내 파벌의 경쟁을 합법화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길 추구, 세째는 중국 내 시민사회 등 다른 정치 집단이 세력화 해 공산당과의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달성하는 길이다. 주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국은 첫 번째 방식의 민주화를 추진할 전망이어서 서구식 민주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편 서진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의 기조발언을 통해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돌파한 2001년부터 거센 민주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체제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중국 특유의 방식으로 공산혁명과 경제발전에 성공한 중국이 민주화 방식에서도 제3의 길을 찾아낼지, 아니면 끝내는 서구식 민주화의 길을 추구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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