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정국 틈타 일자리 팔아먹어”… 야 4당, 국회비준 거부 투쟁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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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야권은 5일 한·미 FTA 추가 협상 타결과 관련해 국회 비준 거부를 선언했다. 4대 강 사업 반대와 연계해 대대적인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4대 강 사업 중단 범국민대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연평도 사태의 안보정국을 틈타 우리나라의 일자리를 팔아먹은 한·미 FTA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굴욕적 협상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한·미 FTA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퍼주기 협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국민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날 긴급 의총을 연 민주당은 “이번 협상은 굴욕 협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사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해임 ▶협상안의 즉각 폐기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관철하기로 다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기존 협정문에서 점 하나 바꾸지 않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고,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도 비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시기적으로 불리한 시점에 속전속결의 밀실협상으로 국익 확보를 소홀히 하고 국민 신뢰를 저버린 협상”이라 고 말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손 대표를 방문한 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일합방 이후 최고의 굴욕”(정동영 최고위원) 등의 반발 기류가 워낙 강해 보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김 본부장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추가 협상이 이뤄진 데 대해 “이 일을 잘못했다고 해서 물러나게 되면 해병대라도 지원하겠다. 나이 들고 힘이 없어 총칼은 못 지더라도 밥이라도 짓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엇갈린 시민단체 반응=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5일 “미국 차에 대한 한국의 관세는 곧바로 인하하고 한국 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5년 이후로 미뤄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 일정 수준 양보를 했지만 자동차부품업계인 중소기업 측은 이득을 볼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용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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