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 넘으면 화내고 밑돌면 웃고 … 학교 앞 교통안전 지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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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 마포구와 중소업체가 공동 개발한 주행속도 전광판. 학교 앞 정규 시속 30㎞를 지킬 때와 지키지 않았을 때의 웃는 반응, 찡그린 반응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운전자들의 속도 준수에 기여하고 있다.

등·하굣길 녹색어머니회 활동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앞 어린이 교통사고는 늘 걱정거리다. 한 중소기업인의 반짝 아이디어로 학교 앞 교통안전망이 한층 보강됐다. ‘정보기술(IT)의 생활화’라고나 할까. 정보통신 업체 필테라의 신강준 대표가 개발한 ‘스쿨존 교통사고 예방시스템’이 그것이다.

 서울 마포구 관내 염리초등학교 등 5곳에 설치된 이 시스템은 높이 4m의 LED(발광 다이오드) 전광판으로, 주변을 달리는 차량의 주행속도가 표시돼 운전자들에게 속도를 낮추도록 주의를 환기한다. 그 방식이 재미있다. 학교 앞 정규 속도인 시속 30㎞보다 차량이 빠르게 달리면 전광판의 이모티콘이 찡그리는 얼굴 모습으로, 규정 속도를 준수하면 다시 웃는 낯으로 바뀐다. 신 대표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하는 차량 때문에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 아내가 불만을 자주 토로하는 걸 보고 묘안이 없을까 궁리해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학교 앞 건널목에서 깃발을 오르내리던 노고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인 어린이 교통교육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스템 개발에 간여한 김태연 마포구청 전산정보과 주무관은 “종전 제한속도 표지판보다 시각적인 효과가 월등하다. 덕분에 전광판을 세운 곳의 차량 과속이 현저히 줄었다”고 전했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 방식을 도입해 이면도로나 교차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 도로 바닥에 속도 측정을 위한 루프코일 등을 설치하려면 멀쩡한 아스팔트를 파야 하는 번거로움과 자원 낭비가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서울시는 이 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 우수제품 사례로 선정한 바 있다. 신 대표는 “기존 표지판이 운전자들에게 일방적 경고만 준 데 비해 이 시스템은 이모티콘을 통해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살아있는 교통안전 도우미”라고 설명했다.

 과속 방지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시스템에 달린 CCTV가 학교 앞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기록한다. 신 대표는 “앞으로 차량번호 인식, 통과 차량의 시간대와 일·월별 통계를 집계하는 기능을 보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개발한 것 중에는 ‘U-어린이 안전망 시스템’이란 것도 있다. 어린이 실종이나 유괴 같은 사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어린이 위치정보를 부모와 구조센터에 신속하게 알리는 24시간 가동 시스템이다.

 필테라는 1999년 은행 점포 등지에서 고객의 대기 상태를 알려주는 순번 대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지에 수출까지 한다. 이 회사는 또 케이블로 100Mbps급의 초고속인터넷을 전송하는 모뎀 ‘C-LAN’의 국내외 특허를 갖고 있다. 이 기술은 호텔 정보화 사업에 요긴하다. 가령 호텔 고객들이 TV를 통해 영화를 보고 인근 맛집을 검색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필리핀·스페인 등 30여 개 호텔에서 이 서비스를 한다. 

이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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