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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반시민적으로 만드는 권력 남용에 저항”

중앙선데이

입력

지난달 30일 줄리안 어산지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타임 편집장 리처드 스텐절과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를 통해 이뤄졌다. 연결 상태가 나빠 군데군데 어산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해독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타임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해독할 수 없다(indecipherable)’거나 ‘알아들을 수 없다(inaudible)’고 표시한 전문을 공개했다. 어산지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했다.

타임=외교문건 폭로의 효과가 어떤가. 그리고 이번 폭로로 당신이 얻고자 했던 결과는 무엇인가.

어산지=언론 감시와 정부 반응이 엄청나서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났다. 국가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들은 내용을 사석에서 하는 것처럼 공공연히 말해야 한다.

타임=의도하지 않은 결과 중 하나는 역효과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비밀을 더 철저히 보호하고, 이번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 예방조치를 취하려 한다.

어산지=그게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 이후 우리는 이런 철학으로 일해왔다. 권력을 남용하는 조직은 대중의 감시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철학이다. 만약 자신들의 행동이 대중에 노출된다면, 그들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하나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대중에게 그들을 자랑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부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물론 효율성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나로서는 그것이 아주 좋은 결과다. 왜냐하면 조직들이 효과적이고 공개적이며 정직할 수 있거나, 아니면 폐쇄적이거나 음모적이면서 비효율적으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임=외교나 국제업무에서 비밀이 필요한 자산(asset)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나.

어산지=물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정보원의 신분에 대한 비밀을 지킨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한다. 그렇게 비밀은 여러 경우에 있어 중요하다. 하지만 권력 남용을 덮으려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 누가 어떤 것을 비밀로 하는 책임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그런 것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책임을 갖고 있는가? 그런 책임은 여러 사람에게 부과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타임=당신은 대중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그동안 벌인 외교활동의 방식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거나 불행하게 생각한다고 믿기 때문에 외교전문을 미국 국민에게 폭로해야겠다고 느꼈는가. 미국 국민은 이러한 엄청난 외교비밀의 폭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어산지=나는 미국 국민이 우리 행동에 아주 호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국무부는 이번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외교관들의 행동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타임=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당신이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
부는 당신을 기소하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어산지=목숨이 위험에 처했다는 이런 종류의 난센스는 군대나 정보기관들이 언론에 의해 노출될 때마다 제기되곤 했다.

타임=과거의 폭로 사건뿐만 아니라 이번 폭로와 관련, 당신의 행동을 어떻게 정의하나. 당신은
법을 어기는 데 대해 더 큰 위법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시민불복종을 실천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은 건가. 당신은 폭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도덕적인 셈법(moral calculus)을 사용하는 건가.

어산지=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조직은 시민복종을 실천한다. 우리는 세상을 더 질서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또한 이 세상을 반(反)시민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권력 남용 조직
에 저항하는 단체다.

타임=닫힌 사회도 많다. 당신은 닫힌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했는데, 미국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열린 사회일 것이다.

어산지=미국은 점점 더 닫힌 사회로 가고 있다. 상대적인 개방 정도를 말하자면, 아마 1978년께 최고조에 달했고 불행하게도 그 이후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타임=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이번에 유출시킨 정보를 제공했나.

어산지=우리는 정보원들을 보호한다. FBI와 국무부, 미군 범죄수사대(CID)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FBI는 방문인지 습격인지 모르겠지만, 영국 웨일스에 있는 매닝의 어머니 집으로 찾아갔다. 더 많은 움직임이 있다. 미 정부 당국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잡아서 신문하려고 한다.

타임=이번 폭로로 인해 클린턴 국무장관이 희생양이 될 거라는 보도도 있다. 클린턴이 사임한다면 당신이 얻고자 했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나.

어산지=그가 사임하든 안 하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국이 서명한 국제규약을
위반해 미국 외교관들에게 유엔에서 스파이 행위를 하도록 명령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다면, 사임해야 마땅하다. 그렇다. 그는 당연히 사임해야 한다.

타임=최근 보도에 따르면 당신은 다음 목표를 거대 기업 또는 월가라고 말했는데.
어산지=우리는 (특별한) 타깃이 없다. 부정한 행위를 비밀로 숨기려는 조직들이 대상일 뿐이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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