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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쟁점 중 “허위” 0개 → 3개 … 검찰 “악의적 보도 면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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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일 MBC PD수첩 ‘광우병’ 제작진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무죄’라는 결론에선 1심과 다르지 않지만 사실 판단에서는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쟁점이 된 다섯 가지 보도 내용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모두 허위가 아니다”는 1심의 사실 판단이 뒤집힘에 따라 ‘PD 저널리즘’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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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는 이날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라고 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부분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했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약 94%라고 한 부분이 허위라고 봤다. 1심과 달리 재판부가 직접 MBC 본사를 찾아가 원본 영상을 본 뒤 필요한 부분을 법정에서 검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본지 10월 8일자 19면>

 이날 판결에서도 원본 영상과 번역이 다른 부분, 전체적인 방송 흐름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시청자가 받아들인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재판부는 ▶‘젖소(dairy cow)’를 ‘이런 소’로 번역하고 ▶원본 인터뷰 내용에 없는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라는 부분을 자막에 넣고 ▶진행자가 “아까 광우병 걸린 소”라고 언급한 대목을 지적했다. 당시 같은 방송에서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는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소’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주저앉는 소가 생기는 원인은 골절·대사장애 등 다양하고,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가 금지된 1997년 이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주저앉는 소=광우병 의심소’라는 보도는 객관적인 허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에 관한 허위 보도 여부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빈슨의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라고 말을 했는데도 vCJD(인간광우병)라고 자막을 단 사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vCJD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PD수첩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내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면”을 “내 딸이 왜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라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번역하는 등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줬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검을 해야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도 확실한 것처럼 본 것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제작진이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관 등 공인이 국민의 먹을거리인 쇠고기 수입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한 것을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D수첩 "언론의 정책 비판 인정”=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는 “의도적으로 왜곡해 방송했고 올바로 번역된 내용을 허위 내용으로 변경한 사실이 증거에 의해 명백히 확인됐음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악의적 언론 보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인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항소심의 ‘허위 사실 인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슴에 생긴 응어리 가운데 절반이 풀린 기분”이라고 했다. PD수첩 ‘광우병’편의 진행을 맡았던 송일준 PD는 “재판부가 언론의 정책 비판에 대해 인정했다. 보도에 허위 내용이 포함됐어도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 실수였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구희령·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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