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우리와 북한 사이 … 이분법 가르는 건 바람직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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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1일 “미국과 중국 사이, 그리고 우리와 북한 사이를 이분법적으로 갈라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자문단과의 조찬 간담회에서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한국과 미국을 한 편으로, 북한과 중국을 한 편으로 놓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냉철한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하며, 항상 무엇이 국익에 유익한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던 중 중국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런 뒤 “중국과의 대화와 신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난 3년간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각각 10여 차례 이상 자주 만났다. 서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관계다” “전문가들도 중국 측과 자주 대화하고 신뢰관계를 넓혀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이 중국 변수를 크게 보더라”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관련,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느닷없이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 중국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과는 좀 다른 흐름이었다.

 한 참석자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 중국이 우리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중국의 대북한 압박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이 대통령은 느끼는 것 같더라”며 “현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뉘앙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간담회 참석자 중 일부도 “중국을 전략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참석자들은 “현재의 무기체계나 작전계획으로는 서해 5도에서 북한의 도발을 원천봉쇄할 수 없다.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를 배치해야 한다” “사전 정보수집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 정보 분야는 전문성이 축적될 수 있도록 군 인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1일 끝난 한·미 연합 서해훈련 이후를 우려하며 “훈련 이후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의 대응자세가 꽉 막혀 있거나 대북 강경일변도라고 느끼지 못했다”며 “경제적 리스크, 북한의 3대 세습 등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나가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연평도에 배치된 우리 군 장비를 자세히 노출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간담회엔 현홍주 전 주미대사,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 하영선 서울대 교수,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현안연구위원장, 남주홍 경기대 교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이 참석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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