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펀드 투자] 중국 본토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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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요즘 ‘품절 펀드’가 화제다. 중국 본토펀드 얘기다. 지난 10월 이 펀드 중 투자 한도가 다 차 판매가 중단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품절 펀드’란 별명이 붙었다.

 사실 중국 본토펀드는 올해 성과가 별로다. 해외주식형 펀드들이 올 들어 지금까지 평균 7% 수익을 낸 반면 본토 펀드는 1.1%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절판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중국 본토펀드가 인기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은 중국이 내수를 키우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은 데 대한 기대감이다. 소비재 등 내수 진작책의 수혜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들은 중국 본토 증시에 주로 상장(A주)돼 있다. 그래서 본토 주식들이 유망하다고 보고 투자 수단으로 본토펀드를 택하는 게 요즘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둘째 이유는 위안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이다. 위안화는 내년에도 5%가량 절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펀드는 미국 달러화와 환율이 고정된 홍콩달러로 거래되므로 환차익이 없다.

 또 하나는 가격 매력이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2007년 10월의 최고치에 비해 현재 54% 하락한 상태다. 이만큼 내렸으니 이젠 오를 때가 됐다고 보고 투자자들이 ‘바이 차이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 본토펀드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우선 가격 매력부터 점검해 보자. 2007년 상하이지수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는 이상한 거품이 끼어 있었다. 홍콩과 본토에 동시에 상장한 종목 중 당시 본토 증시에서의 가격이 홍콩 증시 가격의 두 배인 것도 있었다. 금융·외환 규제가 강력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지금 중국 주식이 싸다고 하는 것은 좀 섣부른 감이 있다.

 유통 주식 비율 확대도 걸림돌이다. 중국은 과거 발행 주식의 30%만 거래하도록 제한해 왔다. 그러다 이 제한을 80%로 높였다. 이로 인해 시장에 주식이 많이 풀렸다. 이러면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 유통 비율 확대에 따라 주식이 계속 풀리는 현상은 올해가 피크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건대 지금은 중국 본토에 뛰어들기보다 기다릴 때라는 판단이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내년 초면 일단 유통주식 확대는 사라진다. 그때쯤이면 본토의 경직성도 누그러질 것이다. 현재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증시가 하락할 때 외국인들의 투자 한도를 늘리는 것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중국 내에서만 판매하던 위안화 표시 채권을 최근 홍콩에서 발행하는 등 통화 시장도 개방도를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수급이 안정되고, 금융·자본 시장은 보다 개방되는 내년 초가 본토펀드 투자를 검토할 적기가 아닐까 한다.

 한 가지 더 들여다봐야 할 것은 부동산 가격 추이다. 올해 중국 증시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중국 정부의 긴축 발표 때마다 출렁였다. 아니, ‘긴축에 돌입할 것이다’라는 예상만으로도 급락하곤 했다. 당장 지난달 12일 중국 내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하이 증시는 하루 만에 5.2% 폭락했다. 투자자로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뢰를 피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중국 부동산과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는 신호가 나타날 때, 그때가 중국 본토펀드에 들어갈 적기일 것이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펀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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