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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2010 영화상 시상식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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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영화 ‘시’의 감독 이창동(왼쪽)과 배우 윤정희씨.


올해를 결산하는 영화상 시상식도 지난주로 마감됐다. 화려한 레드 카펫과 감동적인 수상 소감이 오가는 그 자리는, 2010년 한국영화계의 주인공들을 가리는 자리. 여러 시상식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 위의 그들’을 만나본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7. 박철민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남우상 시상자였던 박철민의 ‘시상 소감’은 아마 한국영화사의 한 자락에 영원히 남지 않을까 싶다. 스태프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라는 패러디 정신, “좀 더 노력해 감독상과 작품상을 ‘시상’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굳은 각오, 딸들에게 “헷갈리지 마라”던 따스한 배려…. 내년엔 수상 소감의 주인공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6. 강우석

상복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춘사영화상과 대종상에 이어 청룡영화상까지, 한 편의 영화로 세 개의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는 ‘이끼’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끼’의 흥행이 아쉬웠는지 농담처럼 “다음부터는 (흥행이 잘되고) 상 안 받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5. 송새벽

‘방자전’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부당거래’ 등으로 2010년 수퍼루키로 떠올랐던 송새벽은 두 개의 신인상과 한 개의 조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다짐하듯 말한 “좋은 광대가 되겠다”는 소감처럼, 우리 곁에 꾸준히 좋은 배우로 남아주길.

4. 서영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서영희가 담담히 소감을 전할 때, 객석의 배우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한 계단 한 계단이 높고 험난할까 생각했다”는 그녀의 말은,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김복남…’의 장철수 감독도 세 개의 신인감독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3. 원빈

지겹도록 ‘꽃미남’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던 배우는 ‘아저씨’가 됐고, 두 개의 남우주연상 트로피와 함께 좀 더 무게 있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최민식·박중훈·송강호·이병헌·정재영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수상했기에 더욱 의미 있었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2. 윤여정

부일영화상·영평상·대종상·대한민국영화대상·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부문이 있는 영화제의 모든 심사위원은 만장일치로 김기영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하녀’의 윤여정에게 트로피를 바쳤다. 39년 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트로피를 안았던 20대 초반의 배우는,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에게 영광을 돌렸다.

1. 이창동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과 각본상을 통틀어 10개의 트로피를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시’는 올해 최고의 영화였다. 16년 만에 충무로로 돌아온 윤정희는 두 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남우조연상의 김희라는 불편한 몸으로 단상에 올라 “제가 아직 살아있네요”라는 소감으로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우린 왜 이 영화를 극장가에서 그토록 외면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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