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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466. 민들레 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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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잔디밭 여기저기를 노랗게 장식했던 민들레들이 진 자리에 씨앗들이 동그란 공처럼 솟아올랐다. 하얀 갓털[冠毛]이 우산처럼 달려 있는 민들레 씨앗은 바람을 타고 쉽사리 둥둥 떠간다. 아이들은 그게 재미있어서 꽃대를 꺾어 들고 후후 불어 씨앗을 공중에 날려 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인상적이어선지 민들레 씨앗은 노래나 글에 곧잘 등장한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가 민들레 씨앗을 '홀씨'라고 표현하고 있다. 갓털이 바람을 타고 홀홀 나는 모습이 홀씨란 단어의 어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민들레 씨앗은 홀씨가 아니다.

'홀씨'는 포자라고도 하는데 포자식물의 생식세포를 일컫는 말이다. 버섯.양치류.이끼 등과 같이 꽃 없는 식물이 홀씨로 번식한다. 이에 반해 종자식물은 꽃이 핀 뒤 암술의 밑씨가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 종자를 만들어 번식한다.

민들레는 여러 개의 작은 낱꽃들이 모여 동그란 한 송이의 꽃을 이룬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낱낱의 꽃마다 수술과 암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들레는 이처럼 꽃이 피는 종자식물이므로 그 씨앗을 '홀씨'라고 하면 틀린 표현이 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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