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헌신 + 맞춤형 교육이 학생들 실력 확 끌어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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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북 익산시 금마초등학교 교실에서 박신자 학습보조 인턴교사가 2, 3학년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교 수업지도를 하고 있다. [금마초 제공]


전북 익산시 금마면의 금마초등학교. 전교생이 240명인 이 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은 서진영(33)·정서희(27) 교사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방과후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을 집에 바래다 주고 퇴근한다.

두 교사는 2008년 국가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10%에 이르자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원인 찾기에 나섰다. 읽기 유형 검사와 가정환경, 학습계획을 점검해 ‘학생별 성공 프로그램’을 짰다. 인턴 교사들과 함께 ‘신나는 공부방’을 만들어 학생을 가르쳤다. 교사 워크숍에선 학생들이 풀어 놓은 학습지를 살피며 수준별 지도 방향을 세웠다.

성적 올리기가 특히 어려웠던 과목은 영어. 매주 금요일 학교에 오는 원어민 교사의 강의를 전 교실에 방송으로 틀어 주고, 6학년 담임교사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영어듣기평가를 지도했다. 문채룡 교장은 “담임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7월 치른 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2010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력 향상에 두각을 나타낸 우수 학교 17곳을 발표했다.

농촌 벽지나 도시 영세민 밀집 지역에 위치해 교육여건이 열악한 이들 학교가 학력을 끌어올린 데는 공통적인 비결이 있었다. 담임 교사를 비롯한 선생님들의 헌신과 맞춤형 수준별 프로그램의 효과가 컸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아 지난해 학력 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된 전남 목포의 산정초등학교는 ‘담임 책임제’를 실시했다. 오후 방과후 학교를 외부 강사에게 맡기지 않고 담임교사가 진행했다.

박광남 교장은 “조손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이 전체의 40%에 육박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집에 가도 공부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며 “학생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보육자 역할까지 맡았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5.8%였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올해 ‘0’로 줄였다.

 ‘공교육의 기적’을 일궈 낸 학교들은 학생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학습 부진 원인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수준별 수업을 실시했다.

부산 신선초등교는 특수교육 전공 교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의 학습 결손 원인을 분석했다. 학습 습관은 어떤지, 가정환경이나 성격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여섯 가지 요소를 따져 봤다. 김태호 교장은 “진단 후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지원에 나섰다”며 “학력이 낮은 학생을 다시 세 그룹으로 나눠 가르쳤더니 변화가 눈에 보이더라”고 말했다.

인천 가정고 역시 학업 부진 학생들에게 주요 과목을 중학교 수준으로 가르치는 최하위반, 고교 1년 수준으로 강의하는 차상위반 등 맞춤형 수업을 도입했다. 이 학교의 올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0.87%로 대폭 줄었다.

김성탁·김민상 기자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학생들이 국가가 제공한 교육과정에 얼마나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 2008년부터 전국 모든 초6·중3·고1(올해는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평가 과목은 초·중학생은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과목, 고등학생은 국어·수학·영어 등 3과목이다.

◆보통학력 이상=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선 학생의 성취수준을 4단계로 구분한다. ‘우수학력’은 교과별로 성취 목표의 80% 초과를, ‘보통학력’은 50~80%를 달성한 것을 의미한다. ‘기초학력’은 20~50% 달성이고 20% 미만이면 ‘기초학력 미달’이다. 단, 학교알리미에는 ‘우수학력’을 별도 표시하지 않고 ‘보통학력 이상’에 포함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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