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이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지역 간 학력 격차는 최대 1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처음으로 학교별 평가 결과도 공개됐으며 특목고와 사교육 강세 지역 고교들의 학력이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평가 대상은 초·중·고생 193만9000여 명이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30일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2008년 7.2%에서 올해는 3.7%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교과부는 이날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7월 시험을 치른 1만1485개 초·중·고교의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학년별로는 초등 6년생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1.5%로, 중 3년생은 7.2%에서 5.6%로, 고2년생(일반계고)은 5.9%에서 4%로 모두 감소했다.
이 장관은 “2012년에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2008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별 학력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중3 국어에서 경북 영양은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0.7%에 불과했지만 전북 진안은 8.8%로 12배 이상 차이 났다. 중3 사회도 전북 무주군은 1.2%만 기초학력 미달자였지만 서울 남부 지역은 12.8%로 10배에 달했다.
본지가 학교 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7대 도시 고교의 보통학력 이상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각 지역 외고·과학고·국제고 등 특목고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서울에선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의 보통학력 이상자 비율이 특목고 수준으로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서울여상, 성암국제무역고, 선린인터넷고, 해성컨벤션고 등은 일반고보다 학력이 우수했다.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대입에서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노리고 특성화고를 선호한 경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도시 지역의 과목별 최상위권은 대부분 특목고였다. 한영외고·서울과학고·서울국제고는 모든 학생의 영어 수준이 보통학력 이상이었다. 부산(부산외고·부산과학고·부산국제고), 대전(대전외고·대전과학고), 대구(대구과학고), 광주(광주과학고), 인천(인천국제고)에서도 특목고가 1위를 차지했다.
180개 지역교육지원청 단위에선 서울 강남보다 학력이 뛰어난 지방 중소도시가 여러 곳 있었다.
전북 장수군과 경북 울릉군은 초 6이 5개 과목 모두 기초 미달자 0%를 기록했다. 경북 울릉군의 초6은 국어·수학·영어에서 서울 강남(88.6%, 88.9%, 94.8%)보다 보통학력 이상자 비율이 높았다. 김태영 울릉교육장은 “학원은 없지만 소규모 학교들이 학력 향상을 위해 열심히 지도했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도 세 과목 모두 90%가 넘었다.
그러나 중학교부터는 지방 중소도시들이 강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 강남은 5개 과목 모두 보통학력 이상자 비율이 70~80%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 강남과 강북 간 교육 격차는 서울과 지방 간 교육 격차보다도 더 컸다. 중3 영어에서 서울 남부·성북·동부·성동 교육지원청 학교들의 보통학력 이상자 비율은 강남(88.5%)보다 최대 30%포인트(남부 59.2%)가량 낮았다.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도 강남은 1.5%에 불과했지만 남부는 7%에 달했다. 부산도 해운대와 동래 지역 중학생들의 성취 수준이 북부와 서부에 비해 높았다.
이주호 장관은 “앞으로는 방과후 학교나 인턴교사 배치 외에도 상담 및 심리치료 등을 강화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처방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박사는 “학교 간 학력 격차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역 간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내년부터 학교 알리미에 학교별 학력 향상도도 공개할 예정이다.
박수련·박유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