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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오늘이자 내일이며 영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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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TBC 복원을 염원하는 이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배우 이순재씨, 중앙일보 전응덕 고문, 배우 사미자·유지인씨, 가수 하춘화씨,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배우 김창숙씨, 홍두표 TBC복원추진위원장, 배우 백일섭씨, 가수 정훈희·이은하씨, 임경춘 전 TBC 기술담당 이사, 김재봉 중앙매스컴 사우회장, 배우 선우용녀씨, JMnet 남선현 방송담당 사장. [최승식 기자]


1980년 11월 30일, TBC 동양방송은 눈물의 고별방송을 내보냈다. 64년 개국 이후 17년간 국내 최고의 민영방송사로서 쌓아 올린 금자탑은 신군부의 강제적인 언론통폐합으로 일거에 무너졌다. 그로부터 30년, TBC 복원을 염원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TBC 동양방송 종방 30년-TBC는 영원하리!’ 행사가 30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 로비에서 열렸다.

 과거 TBC를 빛냈던 탤런트·가수, TBC의 전직 임직원 등 5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고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친필로 쓴 ‘TBC는 永遠(영원)하리!’라는 슬로건이 행사장 곳곳에 걸렸다. 사회는 원종관 아나운서가 맡았다. TBC 개국 멤버로 참여했던 그는 TBC 아나운서 실장을 지냈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개·폐회식을 진행했다. 백발의 노신사가 된 그는 여전히 생생한 목소리로 개회를 선언했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엔 변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 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TBC는 영원하리, TBC는 영원하리’. 그 찬란했던 전통을 중앙일보, JMnet의 종편(이하 중앙 종편)으로 되살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행사 첫 순서로 TBC-TV와 라디오의 고별방송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란 자막이 흐르고 강부자·유지인·장미희 등 스타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가수 이은하씨의 모습, TBC 인기 드라마 ‘아씨’를 회고하는 장면, 강수연 등 아역 탤런트들의 고별인사 등이 흘러나왔다. 옛 화면 속에선 싱그러웠던 탤런트 이순재·백일섭·유지인·선우용녀·사미자·노주현·한진희·김창숙씨, 가수 정훈희·하춘화·이은하씨 등 이제 연예인계의 큰 어른이 된 이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은하씨는 이날 TBC 종방 때 불렀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열창했다. 30년 전과 같은 노래, 그러나 이번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씨는 “30년의 긴 세월을 뚫고 멋진 TBC로 영원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훈희씨도 ‘꽃밭에서’를 부르며 “그때 무대 뒤에서 ‘집은 뺏겼지만 이름 석 자 문패는 줘야지…’ 했다. TBC 문패를 다시 돌려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TBC의 마지막 사장을 역임한 홍두표 TBC복원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80년 11월 30일 마지막 발사된 전파가 지금도 구천을 떠돌 듯 맴돌고 있다”며 “이것이 디지털 정보로 바뀌어 세상을 밝힐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TBC 출신들은 통폐합 이후 갖은 냉대에도 불구하고 각계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었다”며 “중앙 종편이 세계를 향하는 큰 매체로서 우리나라 최고의 방송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홍석현 JMnet 중앙일보 회장도 격려사에서 “중앙 종편이 1등으로 통과할 자신이 있다”며 “중앙 종편의 호출부호는 TBC다. 그러나 T는 오늘(today)이자 내일(tomorrow)을 지향하는, 영원(timeless)한 TBC를 상징한다”고 선언했다.

 김재봉 중앙매스컴 사우회장은 격려사에서 “한 사우가 TBC 복원 준비에 쓰라며 익명으로 기금을 내놨다”며 “그만큼 TBC 복원에 대한 중앙매스컴 사우들의 열망은 뜨겁다”고 말했다.

 남선현 JMnet 방송담당 사장은 “중앙 종편은 가족과 국가의 소중함을 제1의 가치로 존중하는 방송을 하겠다”며 “30년 전 가장 사랑받았던 방송으로서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글로벌 스마트 미디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누비는 중앙미디어넷호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TBC 스타들이 옛 동양방송 사가를 제창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1부 행사는 끝났다. 참가자들은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건배 제의를 하고 식사를 하며 30년 전의 추억을 곱씹고 TBC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글=이경희·김호정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TBC는 永遠하리!’=고 홍진기 TBC 회장이 친필로 쓴 TBC 석별패(惜別牌)다. 홍진기 회장은 1980년 11월 30일 TBC의 마지막 방송일에 이 패를 제작해 중앙일보·동양방송 임직원들에게 손수 하나씩 나눠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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