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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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을 ‘읍(邑)’은 성곽(口)으로 둘러싸인 일정한 지역 안에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옛날에는 각기 성을 중심으로 이웃 성을 정복함으로써 더 큰 개념의 나라인 국(國)을 만들었다. 국(國)은 성의 모습(口)과 무기인 창(戈), 땅을 뜻하는 가로 획(一), 여기에 다시 성(口)을 바깥에 더한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건 전차(車)의 주위를 에워싸고 전진하는 군(軍)이다. 그리고 그 군은 장수(將帥)와 함께 수많은 장삼이사(張三李四)로 이뤄지는 병(兵)이다. 병은 돌도끼, 즉 무기를 두 손에 받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따라서 병은 군대, 무기, 전쟁의 뜻을 갖는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 조사(趙奢)는 ‘전쟁은 죽는 곳이다. 한데 괄(括)은 그것을 쉽게 말한다(兵死地也 而括易言之)’며 한탄한 바 있다. 책에서만 배운 병법을 갖고 전쟁을 가볍게 생각하는 자신의 아들 괄(括)을 걱정한 것이다. 조사가 죽은 뒤 괄은 전쟁에 나갔다가 대패해 나라가 기울고 말았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선수를 치는 것이다. ‘먼저 하면 남을 누르고 뒤에 하면 남에게 눌리는 바가 된다(先卽制人 後卽爲人所制)’는 말이 있다. 북한의 불법적인 선제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무기력하고 더딘 대응이 문제다. 싸움이란 교묘한 지구전보다는 거칠지라도 빨리 해치우는 것이 낫다(兵聞拙速 未覩巧之久也)는 말도 있지 않은가. 북한의 겁 없는 도발에 대해선 즉각 응징으로 나서는 게 상책이다.

 당(唐)대의 시성(詩聖)인 두보(杜甫)는 ‘전출새(前出塞)’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활을 당기려거든 마땅히 강궁을 당기고(挽弓當挽强) 화살을 쏘려면 응당 긴 것을 써라(用箭當用長). 사람을 쏘려거든 먼저 말을 쏘고(射人先射馬), 적을 잡으려거든 먼저 왕을 사로잡아라(擒敵先擒王)’.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용자불구(勇者不懼)라 했다. 용기 있는 사람은 과감하게 행동해 어떤 일에도 기죽지 않는 것이다.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면 귀신 또한 길을 피해 그 사람의 의지에 따른다(斷而敢行 鬼神避之)고 하지 않던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북 모두에 재앙이다. 그러나 전쟁도 불사한다는 굳센 의지가 없어서는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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