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with] 헤어 디자이너인 그녀를 위해! 김경희씨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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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색 너무 어렵네요." 독자 김경희씨(左)가 김정한 실장(右)으로부터 염색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랑하면 용기가 생긴다고 했나요. 31세 곱슬머리 총각 김경희씨에게도 사랑이 왔나 봅니다. 상대는 헤어 디자이너. 네 번뿐인 만남이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에 설레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걸 보면 맘속에 사랑이 싹튼 것 같다네요. 그녀를 더 많이 알고 싶다며 김경희씨가 용기를 내어 헤어 스타일리스트 체험에 도전했습니다. 가슴속 몰래 숨겨 놓은 감정을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답니다. 보슬비가 내리던 날, 그를 만나 그녀에게 전달할 프러포즈를 함께 준비해 봤습니다. 참, week&뿐만 아니라 미쟝센 전속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정한 실장도 함께 했습니다.

◆ 노랑 머리를 꿈꾸다

"지금까지 드라이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요."

중학교 때부터 꼬부라지던 머리는 점점 심해졌다. 빗질은 상상도 못했다. 20년째 스포츠형 머리를 본의 아니게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새치가 심하다. 예쁜 구석이라곤 없는 머리. 뭐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더구나 그녀에게 확 바뀐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김정한 실장이 나를 유심히 본 후 노랗게 물들이고 싶다는 내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우선 밝은 색으로 염색하지 마세요. 얼굴이 붉은 색을 띠기 때문에 잘못하면 더 어둡고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어요"라며 "검은 색 하나만 쓰지 말고 어두운 갈색 등 다른 색과 같이 써야 예쁘다"고 충고한다. 또 요즘은 전체를 밝게 하이라이트를 준 다음 여러 갈색 계열로 투톤 블리치 하는 게 트렌드라고 덧붙인다.

사실 노랗게 염색하고 싶은 건 그녀 때문이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월. 병문안 차 청주에 갔다 들른 미용실에서다. 당당한 그녀 모습이 너무 맘에 들어 그 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갔다. 내가 일하는 조치원에서 40여분 거리. 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너무 더디게 자라 자주 못 가는 게 속상했다.

"노랗게 물들이는 건 어떨까요. 회사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꼭 해보고 싶어요." "그때도 제가 염색했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말에 뛸 듯이 기뻤다. 예의상 말했을 수도 있으리라. 그래도 좋았다. 그 뒤로 내 머리 이상형은 노란 색이 되었다.

◆ 변화를 두려워 말라

"거리를 나가 보세요. 하나같이 짧은 컷에 정장 차림. 우리 나라 남성들은 '붕어빵'이에요."

오전에 염색을 배운 뒤 이어진 스타일링 실습 시간에 김 실장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연출을 강조한다.

"머리 끝을 가볍게 잘라 질감을 살리는 '섀기 컷' 등이 요즘 추세지만 무조건 유행을 좇다 보면 자신의 개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자신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실험들을 많이 해봐야 한단다. 어색하게 느끼는 건 익숙하지 않을 뿐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 머리도 뭔가 방법이 있을까요."

초조하게 바라보는 내게 김 실장은 머리를 더 길러 보라고 권유한다.

"지금은 길이가 일정한 스포츠형이잖아요. 일단 길러 보세요. 그래야 자신의 머리 스타일을 알 수 있어요."

왁스나 젤 등 제품을 바꿔야 스타일도 바뀐다는 설명에 자신감이 생긴다.

◆ 이제 곧 다섯 번째 만남.

기특하게도 머리카락은 길지 않지만 자를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김 실장의 길러 보라는 충고는 어느새 그녀의 허락(?)을 받은 뒤에 결정하리라는 즐거운 상상으로 바뀌었다.

어디 머리 스타일뿐이겠는가.

이번 주말, 내 인생의 변신을 그녀에게 살짝 부탁해볼까.

"제 머리 평~~생 노랗게 염색해 주시겠어요?"

*** 김정한 실장이 제안하는 '왁스'를 이용한 스타일 연출법

볼륨 있는 머리를 원한다면, 모발을 완전히 말린 뒤에 사용하고

볼륨을 없애고자 할 경우엔, 모발을 절반 정도 말린 뒤 사용해야 효과.

초스피드 웨이브를 원한다면, 먼저 샴푸한 뒤 드라이어를 이용, 반 건조한 뒤 양 갈래로 나눈 머리를 한 방향으로 꼬아 완전히 말린다. 건조한 뒤 소량의 매트타입 왁스를 이용해 발라주면 된다. 매트타입은 볼륨과 세팅력이 있어 기구를 이용하지 않는 스타일에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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