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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예측 불가능, 중국은 예측 불가능한 결과 원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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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놓고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는 인상을 준다. 중국 정부는 남북한 모두에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고, 관영 매체들은 ‘양비론’을 펼친다. 중앙SUNDAY는 중국의 속내를 살펴보기 위해 한반도 전문가 두 명을 인터뷰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학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마지막으로 방중할 때도 접견한 학자다. 물리학 박사 출신인 선딩리(沈丁立) 푸단대 교수는 북핵 개발을 비판하는 글들을 영어로 발표해왔다. 하지만 선 교수는 “이번에는 한국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의 ‘온도 차’가 느껴진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진징이: 우선 북한이 포격을 한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원인 없이 일어난 게 아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서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특히 올 들어 남북은 긴장상태였다. 이번에도 한국의 군사훈련 도중 포격사건이 터졌다. 긴장 관계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북한을 굴복시키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근본적인 것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선딩리:(흥분된 목소리로) 한국이 고의적으로 북한 도발을 유발했다. 사고 발생지역은 한국 영토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분쟁지역이다. 북한은 호국훈련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한국은 알고도 무시했다. 한국이 도발을 했고, 북한은 과잉반응을 했다. 만약 중국이 비난을 해야 한다면 남북한 모두를 비난해야 한다. 한국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사실 한국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지도부가 내부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누구도 모른다. 한국은 중국이 한국 편에 서기를 원한다. 중국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북한도 중국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 해서 좋아할 나라가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을 보내는 등 한·미동맹을 적극 과시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만을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걸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

▶선: 조지 워싱턴함이 서해에 들어가는 것은 상징적인 제스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멀리 떨어져서 훈련을 하는 한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중국은 미 항모가 중국 가까이에 진입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진: 한·미가 서해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도 군사력이 우위라는 것을 다 안다. 그걸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그게 과연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한다고 보장할 수 있나. 오히려 긴장을 더 조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긴장 조성도 된다. 서해는 중국 수도(베이징)와 군사 요충지와 너무 가깝다. 그러니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크다고 하는데 사실 북한도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은 이것을 잘 알고 이용한다. 중·미가 대만 문제 때문에 최악의 경우 전쟁 상황까지 몰리면 북한은 미국의 진격을 막아주는 버퍼존(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북한은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한다. 이 구조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걸 중단하는 순간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다.

▶진: 대국의 역할은 싸움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싸우는 쌍방을 앉혀 놓고 대화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매를 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한국도 다 알지 않는가? 한국은 중국이 가진 카드를 활용해 압박하라는 얘기인데, 북한은 예측 불가능한 나라다. 중국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원치 않는다.

▶선: NLL 침범에 대한 행동수칙을 남북한이 함께 제정하고, 핫라인을 설치해야 한다. 육지에만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도 비무장지대를 설정해야 한다. 중·일 간에 영토 분쟁이 있고 일본이 실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일본 군함은 그 지역에 들어가지 않고 우회한다. 그러나 중국 배가 들어가면 나포한 뒤 돌려보낸다. 이런 자제력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서해 5도를 한국이 관리하지만 NLL 부근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자제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진: 한반도의 지금 상황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과 유사하다. 1949년 1월부터 6·25 발발 직전까지 남북 간에 870여 차례의 무력충돌이 있었다. 하루에 두 번꼴이다. 그때 어느 나라도 중재를 하지 않았다. 남북은 지금까지 게임을 했다. 한국이 경제·외교 등 모든 면에서 이겼다. 승자의 아량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사건건 북한과 충돌하고 있다. 대승적 관점에서 한반도를 봐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화다. 남북이 싸우더라도 회담장에서 해야 한다.

써니 리 중앙SUNDAY 객원기자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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