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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왜 한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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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해 봐도 한식이 서양식보다는 ‘몸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한식이 어디에 얼마나 좋고, 왜 좋은지에 대해 물으면 선뜻 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식세계화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년여 동안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식의 우수성을 규명하는 작업을 거쳤다. 내년에도 20억원을 한식의 효능 규명을 위한 연구비로 쓸 예정이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식의 웰빙효과를 알아봤다.

서양식, 지나친 동물성 지방이 문제

외국인들에게 인기 높은 한식 메뉴는 비빔밥. 비빔밥은 식이 섬유 비율이 높아 포만감을 주며 낮은 당지수(GI)로 살을 덜 찌게 한다. [중앙포토]

한식을 지속적으로 즐기면 남성 성기능이 강화되고, 여성질환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병원 비뇨기과 박종관 교수팀이 성인 남성 1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군은 일반적인 밥·국·채소를 기본으로 한 한식을, 다른 한 군은 스파게티·돈가스 등 서양식을 먹게 했다. 단, 두 군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한끼당 총 칼로리는 2500㎉로 제한했다. 결과 한식을 먹은 군의 정자 활동이 처음 54.6%에서 8주 후 64.6%로 늘었다. 서양식은 53.7%에서 49.7%로 줄었다.

 남성호르몬 분비도 한식군은 처음 13.5pg/mL에서 17.5pg/mL로 늘었지만 서양식군은 14.1pg/mL서 13.2pg/mL로 줄었다. 이 실험에서는 한식을 위주로 하는 농촌의 50대와 서양식 가공식품을 주 3회 이상 먹는 도시의 20대의 정자운동성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양식에는 한식의 두 배 가까운 동물성 포화지방이 함유돼 있는데, 이들 성분이 혈류의 흐름을 나쁘게 해 남성 성기능의 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했다.

 여성도 한식 효과가 뚜렷했다. 전국 여대생 990명을 대상으로 관찰 연구해 본 결과, 한식 섭취가 하루 0~1회인 여성은 생리불순이 25.4%로 나타났지만, 한식 섭취가 2회 이상인 여성은 생리불순이 19.1%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박종관 교수는 “장내 유산균 섭취 정도에 따라 여성의 생리작용이 변화한다는 논문들이 최근 쏟아지고 있는데, 한식은 장내 유산균 섭취량을 늘려 생리불순을 완화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통식품에 함유된 유산균 중성지방 줄여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었다. 박태선 전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한식(김밥·비빔밥)과 서양식(햄버거·돈가스)을 번갈아 먹게 한 후 식단에 따라 중성지방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살폈다. 결과 서양식 군이 한식 군에 비해 중성지방 상승률이 두 배 더 높았다. 혈당수치도 훨씬 높아졌다. 박태선 교수는 “서양식을 계속 먹으면 높아진 중성지방과 혈당이 혈관을 서서히 파괴하고, 혈관벽을 두껍게 해 동맥경화와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된장과 고추장이 건강에 어떠한 이득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차연수 교수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고추장환과 된장환을 먹게 한 다음 몸의 변화를 살폈다. 고추장환 섭취 시 혈중 중성지방과 유리지방산이 의미 있게 감소했고, 공복 시 혈당도 크게 감소했다. 된장환 섭취 시에도 몸에 나쁜 저밀도콜레스테롤과 공복 혈당이 많이 감소했다. 특히 비만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는 고추장환 섭취 시 큰 효과가 나타났다. 차 교수는 “전통식품에 풍부한 유산균과 식이섬유 등이 중성지방과 혈당을 감소시킨다 ”고 말했다.

김치·비빔밥, 항암·항노화작용 탁월

흔히 한식의 대표 음식으로 김치·비빔밥·된장찌개를 든다. 그만큼 우리가 많이 먹는 음식이기도 하고, 외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다.

 김치는 배추에 고춧가루·마늘·생강 등 건강기능성 식품소재를 넣어 발효시킨 식품이다. 재료 자체가 이미 항산화 효과가 큰 식품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유산균이 발효에 관여하면서 각종 유익물질이 몇 배로 많아진다.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김재현 박사는 “동물실험 결과 고춧가루만 먹인 쥐보다 같은 농도의 고춧가루가 든 김치를 먹인 쥐가 다이어트 효과가 더 컸다. 김치는 식이섬유와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풍부해 대장암과 변비 예방에 좋다. ”고 말했다.

 비빔밥은 곡류·육류·채소류·종실류(견과류나 참깨 등)가 다양하게 들어가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한끼 식사다. 특히 쇠고기·고사리에는 100g당 철분 함량이 다른 재료보다 높고, 시금치와 당근에는 베타카로틴 함량이 607μgRE과 1270μgRE으로 역시 다른 식품보다 높다. 또 풍미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참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79.6g(1회 섭취당), 깨는 41.4g으로 풍부해 리놀렌산과 같은 필수지방산 섭취도 용이하다.

 된장찌개는 콩이 주성분이다. 트립신억제제(항암물질)·이소플라빈·비타민E·리놀레산이 풍부해 강력한 항암작용을 한다. 찌개에 넣는 두부는 단백질 함량이 100g당 9.3g으로 상당히 높고, 풋고추·감자·마늘에는 비타민C가 각각 72㎎·36㎎·28㎎으로 풍부하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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