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목 → 맥주 → 중공업 … 끝없는 개혁 … 기득권 버린 게 두산 성공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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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두산 회장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린 ‘개혁의 실현’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개혁 사례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포목상에서 맥주업체로, 다시 중공업회사로 거듭난 두산의 개혁 사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소개됐다. 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주최 콘퍼런스(주제 ‘개혁의 실현’)에서 “두산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환경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개혁한 덕분”이라며 “기득권·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과감한 속도로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1896년 포목상으로 시작한 국내 최장수 기업이다. 박 회장은 “운수업·무역업을 바탕으로 성장하던 두산은 1952년 동양맥주를 인수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주류회사로 변신한 두산은 70~80년대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 맥주시장의 70%를 차지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95년엔 그룹의 핵심사업이던 맥주사업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중공업회사로 거듭났다”며 “(맥주회사로는) 좁은 내수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개혁을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의 결과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30대 기업 중 17개 기업이 스러진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개혁이란 ‘가치를 내느냐’의 문제다. 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과거 사업에 대한 향수나 이미 투자한 비용 등 기득권은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국내외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내수와 수출, 국내와 국외 시장으로 나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국가의 경계를 넘어 각 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것을 분업하게 하고, 이를 묶어냄으로써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혁을 빠른 속도로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개혁은 시간 싸움이다. 선진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 굴러가던 회사도 주력사업이 쇠퇴기를 맞으면 침체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산의 경영철학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박 회장은 “개혁의 성공 여부는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며 “두산도 ‘사람이 미래다’를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을 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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