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역마다 48명 그룹 붐 … 평균 연령 61세 ‘할아버지 그룹’도 등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4호 04면

매년 12월 초 일본에서는 한 해 동안 가장 화제가 된 단어를 뽑는 ‘유행어 대상’이 열린다. 자유국민사라는 출판사가 1984년 시작한 이 행사는 ‘유행어로 일본의 1년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있어 대상 후보 단어 60여 개가 발표되는 11월부터 큰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대상작은 민주당의 선거 슬로건이었던 ‘정권교체’. 올해 후보 단어를 살펴보면 집권 민주당의 위상이 1년 사이 얼마나 약화됐는지 알 수 있는데 ‘이라간(イラ菅)’ ‘다메간(ダメ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라간’은 짜증스럽다는 뜻의 ‘이라이라스루’에서 온 말로, 국회 답변 등에서 버럭 화를 잘 내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성격을 빗댄 신조어다. ‘다메간’은 좋지 않음, 가망 없음을 뜻하는 ‘다메’에 간 총리의 ‘간’을 붙인 말로 계속된 경제 불황, 오키나와 문제, 센카쿠 열도 갈등 등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현 정권의 위기를 보여 준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 48명 아이돌 그룹 ‘AKB48’의 아류들

사회 분야에서는 육아(育<5150>·일본어로 이쿠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들을 뜻하는 ‘이쿠맨(イクメン)’이, 스포츠 분야에서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일본 트위터를 휩쓸었던 ‘오카다짱, 미안해(岡ちゃん, ごめんね)’ 등이 올라 있다. 일본 월드컵 대표팀의 평가전 부진을 보며 오카다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던 네티즌들이 일본이 월드컵 16강까지 오르자 감격하며 전한 사과의 말이다. 문화계에서는 올 한 해 일본을 휩쓴 한국 가요 ‘케이팝(K-POP)’이 후보에 올랐다.

이 중 여러 언론이 가장 유력한 대상작으로 꼽는 유행어가 바로 아이돌그룹 ‘에이케비포티에이트(이하 AKB48)’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 칼럼에서 멤버가 48명이나 되는 ‘이색 아이돌’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1년 사이에 싱글 앨범 100만 장을 팔아 치우는 톱 아이돌이 돼 버렸다. 이들의 히트 요인은 ‘팬과의 거리 좁히기.’ 도쿄 아키하바라의 전용 극장에서 매일 공연을 해 ‘찾아가면 볼 수 있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굳혔다.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경쟁 시스템의 도입이다. 앨범에 투표권을 넣어 앨범을 산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에게 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상위권에 든 멤버들이 무대 가운데서 노래를 하고,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을 맡는다. 하위권은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이돌의 ‘상품성’을 그야말로 극대화한, 철저한 승자 독식 시스템인 셈이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일본 연예계의 특징 중 하나가 한 아이템이 히트하면 “그건 오버 아닌가요” 싶은 데까지 나아간다는 것. 도쿄에서 ‘AKB48’를 성공시킨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가 전국에 체인점을 열듯 자매그룹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나고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SKE48’, 오사카 중심의 걸그룹 ‘NMB48’ 등이 그것이다. 이름도 나고야의 중심가 사카에(SAKAE), 오사카의 번화가 난바(NAMBA)에서 따왔다. 지난 24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데뷔 앨범 ‘가가가(GAGAGA)’를 낸 ‘SDN48(사진)’ 역시 ‘AKB48’의 언니 그룹이다.

미성년자가 많은 ‘AKB48’를 대신해 주말 밤 공연을 하는 성인팀으로 SDN’은 새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의 약자.
이 추세라면 삿포로·후쿠오카 등에서도 곧 자매그룹이 등장할 듯싶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평균 연령 61세의 아저씨들로 구성된 ‘OJS48(오지상48)’도 정식 앨범을 발매했다 하니 지역 불문, 연령 불문 전 국민의 아이돌화가 진행 중인 것일지도.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