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탄이 열압력탄일 가능성을 국내 처음으로 지적했던 본지 필진 김병기 디펜스 타임스 편집위원이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난 북한군 포병의 능력과 한계를 짚어 봤다(김 위원은 포격 동화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열압력탄일 가능성’을 본지에 가장 먼저 알렸으며, 이후 이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에게 전달했다. 송 의원은 이를 국방위원회에서 공식 제기, “가능성이 있다”는 국방부의 답을 받아 냈다).
‘열압력탄’ 첫 제기한 본지 필진 김병기씨
최대 문제점은 탄약 노후화다.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180발 중 90여 발이 바다로 떨어졌다고 합참은 밝혔다. 장약이나 추진체가 오래되면서 변질돼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 비율만으로 보면 북한군 장약과 추진체의 50% 정도가 노후화하고 변질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해안포의 정밀 사격도는 높았다. 군부대 및 관공서 등 정조준한 표적은 대부분 정확히 명중했다. 가장 근접한 포탄은 2m 거리로 우리 K-9 자주포에 떨어졌다. 오차 범위가 보통 10m 이상인 야포가 이렇게 정확한 것은 훈련이 잘됐다는 의미다.
특히 ‘열압력탄’으로 보이는 포탄은 큰 걱정거리다. 122㎜ 방사포에 사용된 포탄이 열압력탄인지 여부가 현재 최종 확인되진 않았으나 동영상에 나타난 양상으로 보면 포탄은 목표물을 관통한 뒤 화재를 일으켜 피해를 극대화했다. 이는 열압력탄 방식이다. 열압력탄은 일반 포탄과 달리 화재로 피해를 3~4배 확대시킨다. 북한은 1985년 열압력탄을 개발해 122, 240㎜ 다연장로켓에 사용하고 있다. 93년 남북회담 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며 위협했던 무기가 열압력탄이다. 대량살상무기(WMD)로 취급되며 민간인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번에 민가에 떨어졌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시사점은 심각하다. 장약 노후화로 발사량에 비해 파괴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야포 수가 많고 병사들이 잘 훈련돼 있다는 점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군 방사포나 장사정포가 유사시 수도권을 정밀 포격하면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북한 포대가 갱도 진지나 엄폐호에 숨어 있어 공격도 어렵고, 그래서 북한이 대응 사격에 대한 부담을 덜 받고 지속 사격할 수 있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