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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훈련 4분 뒤 쾅쾅 굉음 … 순식간에 1·3포 화염 휩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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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연평도 공격에 사용한 122㎜ 방사포 포탄의 파편.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연평도에서 25일 당 최고위원 회의장으로 가져온 것으로 파편 길이가 3m에 이른다. [안성식 기자], [연합뉴스]


지난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은 해병부대 K-9 자주포 부대에 집중됐다. 25일 K-9 자주포 부대(해병대 연평부대 제7포병중대)의 중대장인 김정수(30·사진) 대위는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세히 전했다. 다음은 김 대위가 전한 피격 상황과 맞대응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23일 정례적인 사격 훈련을 마친 게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4분 후 “꽝”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주둔지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해병대에 배치된 6문의 자주포 가운데 훈련에 참가한 4문은 포신이 (북한이 아닌)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머지 2문(5포·6포)만 북쪽의 (북한군 해안포 기지인) 무도를 겨냥하고 있었다.

(위)지난 23일 북한군이 발사한 열압력탄에 뚫린 콘크리트 건물 벽. 열압력탄은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2차 폭발을 일으킨다. (아래) 열압력탄을 발사한 북한의 방사포와 탑재차량. [안성식 기자], [연합뉴스]

주둔지에 떨어진 포탄은 4발이었다. 1포(첫 번째 자주포) 왼쪽으로 4m 떨어진 콘크리트 벽면과 3포 바로 뒤쪽 2m에 한 발씩 떨어졌다. 두 포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5포 10m 앞에도 포탄이 떨어졌지만 피해는 없었다. 막사 옆에도 한 발이 떨어졌다.

 즉시 소산(자주포를 콘크리트 지붕이 있는 호로 이동시키는 것)을 지시했다. 자주포와 함께 장약과 탄약 등도 노출돼 있어 적의 공격으로 후속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산하면서 장병들은 진화 작업에 나섰고, 일부 장병들은 견양틀·신관돌림기·장약따개 같은 사격필수 기자재를 챙겼다. 자주포 소산을 위해 화염이 이는 자주포에 뛰어드는 장병도 있었다. 포탄의 굉음에 일부 대원은 귀가 먹어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한 병사는 화염이 자주포 안으로 들어오며 철모가 다 타기도 했다. 연기 때문에 부대원에게 마스크 착용도 지시했다. 소산 과정에서 5분여가량이 소요됐다.

 주둔지 인근과 뒤쪽의 산과 마을로 포탄이 계속 떨어졌다. 산에는 불이 번지고 있었다. 소산 완료 후 포들에 사격 준비를 지시했다. 이때 사격훈련 직후 북한군 포탄에 피해를 본 3포는 신속한 정비에 들어갔다. 다행히 부상당한 인원은 없었다.

 직후 5포와 6포로부터 ‘사격준비 완료’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어 2포에서도 완료 보고가 왔다. 상부에서 명령이 떨어지며 다시 외부포상(노출된 진지)으로 나와 첫 대응 포격을 시작했다. 이때가 오후 2시47분쯤이었다. 사격에 나설 때는 주둔지로 포탄이 날아오지는 않고 있었지만 이때도 주변 야산과 마을에는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어 후속 포격 때에는 북한군 포탄피해를 입었던 3포도 수동으로 전환해 포격에 참여했다. K-9 자주포는 자동 운영이 강점이지만 수동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이때 적의 위치를 탐지해 표적 사격도 실시했다.

사격 훈련 중 불발탄이 발생했던 4포와 북한군 포탄에 피해를 입은 1포는 결국 마지막까지 사격에 참여하지 못했다. 사격을 마치고 나중에 장병들에게 물어보니 ‘동료들이 탄 자주포가 화염에 휩싸여 있는데 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답했다. 바깥에선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할지 모르지만 나는 생사가 오가는 위급한 와중에도 명령을 따라준 대원들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대포병레이더 제대로 작동 못해=25일 합참에 따르면 지난 23일 북한의 1차 포격(150여 발) 때 대포병레이더(AN/TPQ-37)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북한이 포탄을 쏜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대포병레이더는 포물선을 그리는 곡사화기인 방사포는 탐지가 가능하지만 낮게 날아오는 직사화기인 해안포 등은 탐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이 개머리 진지와 무도 진지에서 동시에 연평도를 향해 사격했지만 우리 군의 1차 대응 사격 때 발사됐던 포탄 50발은 좌표가 미리 입력된 무도 진지로 집중됐다. 대포병레이더가 본격 가동한 것은 이날 오후 3시12분 시작된 우리 군의 2차 사격 때부터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의 2차 대응 사격 땐 대포병레이더가 작동해 방사포를 날렸던 개머리 진지를 잡아내 이곳을 겨냥해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글=채병건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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