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언론 '노근리 학살' 취재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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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충북 영동역앞 식당에서는 '노근리 학살사건대책위'위원 4명이 이 사건이 국제문제로 두드러진 이후 첫 모임을 가졌다.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회·행정부 및 한국정부에 그동안의 경과보고서를 모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은용(鄭殷溶·78)
위원장은 "한·미 행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유가족 입회하에 조사를 해줄 것도 촉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한·미 정부의 진상조사에 대비해 구체적 피해상황과 당시 정황 등을 정리키로 했다.

대책위원들은 이날 추가 신고자 접수처를 마련키로 했다.AP통신 보도이후 이날까지 일가 가운데 희생자가 있다고 대책위에 알려운 사람들은 50여명이 넘는 실정이다.

아들·딸 등 일가 11명을 잃은 鄭위원장을 비롯,조부와 부친·큰어머니를 잃은 서정구(徐廷九·80)
부위원장,일가 7명이 현장에서 사망한 양해찬(梁海贊·58)
부위원장,어머니를 잃은 정구호(鄭求鎬·61)
총무 등 모두가 피해자다. 이들은 오는 12일 오전11시 피해자 및 유족들이 참가하는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AP보도이후 외국언론들도 현지를 방문,취재하는 등 노근리 학살사건은 국제문제로 비화되고있다. 2일에는 미국 라디오 자유 아시아 전수일(全秀一)
기자가 미국에서 입국해 취재했고,1일에는 미 뉴욕타임즈(NYT)
,영국 로이터통신과 시사주간지인 타임·뉴스위크지가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경쟁을 벌였다.

로이터 기자는 학살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했으며 타임지 기자도 일가 11명이 희생된 鄭 대책위원장 일가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기사를 보냈다.

대책위원들은"주요 외국 언론이 움직여 진실에 한발짝 다가설 것 같다"며"하루빨리 원혼들의 한이 풀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환(崔桓·57)
전 부산 고검장과 심규철(沈揆喆·42)
씨 등 충북영동출신 변호사들이 법률적 조력을 자청하고 나섰다. 崔변호사는 "법적지원과 관계기관 접촉 등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으며 沈변호사도"전쟁범죄는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게 국제법상 판례"라며 의지를 보였다.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를 비롯 박준병(朴俊炳)
·이용희(李龍熙)
전 국회의원 등은 1,2일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학살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관심을 표명했다. 李지사는 "진상규명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행정지원을 하겠으며 피해배상 등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중앙정부에 요청하겠다"고 주민에 약속했다.

영동=이석봉·안남영 기자
<factfi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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