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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스크 ‘학습효과’ … 주가 하루면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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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 주식시장의 복원력이 과거에 비해 한층 탄탄해졌다. 이전에도 북한의 도발은 단기 악재에 그쳤지만, 이번엔 한국 증시가 하루 새 거의 완전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4일 코스피지수 종가의 전날 대비 낙폭은 0.15%. 장 초반 2.3% 하락 출발해 이만큼까지 올라간 것이다. 천안함 피격 직후인 올 3월 27일 0.9% 하락 개장해 0.3% 떨어진 채 마감한 것이나,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 때 장중 3.9%까지 미끄러졌다가 2.2% 하락으로 거래를 마친 것에 비해 회복속도가 훨씬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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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6월 29일 2차 연평해전 때는 0.5% 오른 채 장을 마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는 해전이 휴장일인 토요일에 일어났고, 월요일인 7월 1일도 월드컵 개최 기념 임시 공휴일이어서 며칠을 쉰 뒤 시장이 열렸다는 차이가 있다. 투자자들이 냉정을 찾을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북핵 문제에 사상 최초의 육상 포격이 겹쳤다는 점에서 ‘아주 센 놈’이었다”며 “그런데도 증시가 바로 회복됐다는 것은 북한이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로까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뇌리에 굳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간 여러 차례 북한의 도발을 경험하면서 강력한 ‘학습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양적 완화 등으로 인해 풀린 돈의 힘이 북한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강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확전으로 치닫지 않는 한, 증시에 더 이상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이 역시 학습효과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번 주말 미 세일 실적이 증시 변수

1990년대 이후 북한이 무력도발을 한 것은 96년 9월 강원도 강릉 잠수함 침투를 비롯해 1, 2차 연평해전 등 모두 7차례. 대부분 주식시장은 발생 소식을 접한 첫날 출렁거린 뒤 다음 날부터 반등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 첫날 코스피지수는 평균 0.9% 하락했으나 다음 날 평균 1.8% 상승 전환했다.

15거래일 후에는 평균 8%까지 올랐다가 이후 급등에 따른 조정을 거쳤다. 북한 때문에 주식시장이 출렁거릴 때를 매수기회로 여겨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는 장세가 되풀이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늘 너무 많이 회복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1.3%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약세였던 것은 유럽의 재정불안이 가시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아일랜드는 구제금융 신청을 했지만, 지금은 포르투갈이 제2의 아일랜드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도 어느 정도 하락해야 정상일 텐데, ‘북한 때문에 떨어진 증시는 금세 튀어오른다’는 경험칙에만 매몰돼 너도나도 사자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는 이번 주말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현지시간 26일)’의 판매 실적, 중국의 추가 긴축 여부, 유럽 재정 불안국의 동향 등이 꼽힌다. 이 중 미국이 대대적인 할인판매에 들어가는 블랙 프라이데이와 관련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잠정치)로 집계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과 유럽은 악재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어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과거 북한 리스크 발생 이후만큼의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혁주·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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