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團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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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단결(團結)’은 원래 민병 조직을 일컫는 말이었다.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펴낸 『자치통감(資治通鑒)』은 단결을 이렇게 적고 있다. “각 주(州)에 군사를 두었으니 그 수가 항상 비슷했다. 이들 가정에는 양식과 옷을 제공했으니, 이들을 일컬어 ‘관건(官健)’이라 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봄·여름에는 농사를 하고 가을·겨울에는 군에 징집되는 군사가 있었다. 이들에게는 일정량의 양식과 반찬이 제공됐으니, 이들을 ‘단결(團結)’이라고 불렀다.” 정부가 운영하는 상비군을 ‘관건’이라 했고, 비(非)정규군으로 운용됐던 민병 조직을 ‘단결’이라고 부른 것이다.

 송나라 시대 문인 왕우칭(王禹稱·954~1001)이 쓴 한 비문에도 ‘단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비문은 “공(公)께서 ‘단결’을 모아 칼을 쓰는 병사 3000명을 확보했고, 적장 유택(劉澤)의 군사 3만 명을 물리쳤다”고 했다. 송나라 때에도 ‘단결’은 민병이었다는 얘기다.

 청(淸)나라 민간에서 쓰인 ‘단결’이라는 말은 여성들의 뜨개질 용어였다. 1990년대 중반 상하이의 한 골동품 수집가가 청나라 때 사용하던 뜨개질 목판을 사들였다. 여인들이 뜨개질을 할 때 실을 감고, 풀 수 있도록 한 손 도구였다. 이 목판 한 면에는 ‘단(團)’이라는 글자가, 다른 한 면에는 ‘결(結)’자가 적혀 있었다. 여기에서 ‘團’은 실을 둥글게 묶어 매는 것을 뜻하고, ‘結’은 실을 뒤 감아 조이는 것을 의미했다.

 5·4운동 후 중국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면서 ‘단결’이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둥글게 묶어 매고, 뒤 감아 조여 맨다’는 뜻이 ‘힘을 모아 뭉치자’라는 의미로 확대된 것이다. 1997년 중국에서 발행된 작문 사전인 ‘응용사작(應用寫作)’에 따르면 “단결이라는 말은 백화(白話·구어체 문장)운동을 지나면서 오늘과 같은 뜻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단결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힘을 한곳으로 뭉침’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은 비교적 최근이었던 셈이다.

 연평도가 공격받았다.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게 바로 ‘단결’이다. 3000명의 병사로 3만 명의 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단결이다. 단결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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