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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재란 … 함께하는 따뜻한 마음 … 인간성도 특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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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영재교육업무를 맡아 시작한 지 5년이 되어 간다. 영재성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해 다양한 현장체험학습과 프로젝트 중심의 영재교육은 참 보람 있는 일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만 보람있는 일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함께한 학생들이 보여준 반응은 내 교원생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영재교육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조심스러운 점이 있다. 첫째는, 과연 영재교육을 위한 대상은 제대로 선발했냐는 것이다. 영재가 아닌데 영재로 선발해 교육하면 그 학생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부족한 배경 지식 때문에 주어진 과제(창작물)를 완성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과정에서의 역할도 매우 난감한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은 영재를 위한 것인데 그 대상이 영재가 아니라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활동하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는 영재임에도 불구하고 선발과정에서 탈락된 학생은 없는지에 대한 점이다. 특히, 우수한 프로젝트 산출물을 내놓은 학생을 발견할 경우 놓친 영재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영재교육을 하면 할수록 개인별 영재성은 모두 다르다. 때문에 드러낼 수 있는 능력도 모두 다르다. 이런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는 선발을 위해 만든 기준에 맞지 않아 놓친 영재에 대한 막연한 미안감이 든다. 이것은 영재교육을 하면서 늘 살피고 평가해야 하는 영재교육 담당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의 문제다. 옷에 맞는 몸을 가진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아이에게 옷을 입힌 실수와 같다.

 영재교육 영역의 편중 현상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영역을 보면 과학, 수학, 정보, 국제, 예술, 인문사회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인문사회 영역에 대한 선호도는 다른 영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인문사회영역에 대한 영재교육 관련 교원이나 학부모, 사회의 관심이 바뀌어야 한다. 제32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 학교에서 인문영재교육을 받는 한 학생이 참가했다. 예년과는 다르게 심사할 때 합동 심사를 1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별 심층심사를 여러 번에 걸쳐서 하게 됐다.

 그 학생은 인문영재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각하는 방법, 조리있게 발표하는 법을 학생이 가진 능력과 접목시킨 결과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과학영역 영재가 아닌 인문영역 영재가 수상한 과학발명품 금상이라는 결과는 단 기간의 인문영재교육의 기술적 성과가 아닌 기초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실증한 결과라고 본다.

 인문사회영재교육이 인문사회학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어느 훌륭한 과학자가 새로운 발견을 했을 경우 그 내용을 세상에 밝히는 방법은 글을 통한 것이 보편적이다. 그 과학자가 발견한 것을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인문영재교육을 받은 과학자라면 더 효과적으로 자신의 발견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문영재교육을 받은 과학자라면 남의 발견에 대한 원리와 법칙의 이해도 남보다 쉽고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학문에서 기초가 되는 것은 인문학이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교육은 자칫 특정 기능 중심의 교육이 될 염려가 있다. 영재의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영재가 아니라 일반학생이 특정 기능을 남보다 특별하게 발휘하는 기능 중심의 영재교육이라면 영재가 궁극적으로 사회의 리더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갖지 말아야 한다.

 

삶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집중은 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기본이 있을 때 가능하다.

 2011년에 가르칠 영재를 선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요즈음, 보통 인간을 뛰어넘는 특별한 영재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그야말로 인간성에서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재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천안 서당초교 이남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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