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교협, 학원과의 대입상담 경쟁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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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년제 대학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학원과의 대입상담·진학지도 경쟁에 나섰다. 대교협은 그제 서울을 시작으로 다음 달 8일까지 전국을 돌며 대입설명회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수험생 7만여 명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해 진학교사들이 분석한 수능 등급 구분점수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공교육기관’인 대교협이 그간 사설 입시학원의 전유물(專有物)처럼 여겨져 온 입시정보 제공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 진학지도의 지나친 사교육 의존 현상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교협이 무료 입시상담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파견교사 등 30여 명이 활동하던 대교협 산하 대입상담센터가 9명의 대교협 상담위원과 전국에서 추천된 320명의 현직 상담교사단으로 확대됐다. 대입 전형방법이 복잡해지면서 유리한 입시정보를 찾으려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노력은 전쟁을 방불(彷彿)케 할 정도다. 수능 이후 이어지는 입시학원 대입설명회만 해도 입시정보에 목마른 이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오죽하면 한 시간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입시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겠는가. 대교협의 무료 입시상담은 이런 현실을 바꿔보려는 시도란 점에서 앞으로 더욱 확대·발전시켜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대교협은 학원들의 ‘배치표’와도 전면전(全面戰)을 벌일 태세다. 학원들이 대학·학과별 합격선을 예측해 만든 배치표는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수능 성적 기준이어서 부정확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대교협은 전국 고교의 진학 데이터를 모아 수능뿐 아니라 내신 성적, 대학별 반영비율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한 ‘지원 대학 합격 여부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학지도 교사들에게 보다 정확한 상담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진학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교 수가 충분히 확보되고, 입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학들이 늘어난다면 프로그램의 정확도가 담보될 수 있는 만큼 해볼 만한 시도다. 대교협의 선전(善戰)으로 학원이 아닌 고교 교사 중심의 대학 진학지도가 자리 잡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