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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의 마켓뷰]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연말 랠리 출발점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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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잠시 휘청거리던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예기치 못한 11월 옵션 만기일의 충격, 아일랜드를 진원지로 한 유럽 재정위기의 재발, 미국의 2차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에 대한 의구심과 중국의 긴축 우려 등 이런저런 악재가 잇따라 나타나며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대두되며, 시장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사실 최근 증시를 뒤흔들었던 요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의 재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이 흔들렸던 것은, 단지 이런 재탕 악재에 대응할 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2010년 증시는 한 달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추가 조정이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연말 상승 랠리가 생길 것인가. 그 답이 세계 경제의 방향타를 쥔 미국과 중국에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와 주식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소비 회복을 통한 글로벌 성장 동력의 회복 여부이고, 그 중심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

 먼저 미국의 연말 소비회복 가능성부터 살펴보자.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이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다.

이는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올해는 25일) 다음 날을 지칭한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연말 빅세일 기간이다. 1년 중 최대 규모의 쇼핑시즌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때를 계기로 유통업체 등 수많은 기업의 장부가 적자에서 흑자로 바뀐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란 이름이 붙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소비 회복 정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

  최근 들어 블랙 프라이데이와 관련,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늘었다. 전문가들 예상치(0.6%)의 두 배였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 쪽에서도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15만1000개 늘어났다. 이는 소비도 뒤따라 증가할 것임을 알려주는 전주곡이다. 또 최근 전미소매협회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쇼핑 시즌의 매출이 447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3%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증가율이 4년 내 최대폭이다.

이는 정보기술(IT)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연말 쇼핑 시즌에 제일 많이 팔리는 게 IT 제품이다. 미국의 소비 회복 신호에 따른 연말 랠리가 생긴다면, 국내 IT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주 후반 지급준비율을 재차 올렸지만, 물가 불안으로 인해 아직도 기준 금리를 언제 다시 올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기준 금리를 올리는 시점이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증시의 반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한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소비 확장 신호 같은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고, 중국의 긴축 우려감이 지나쳤다는 시그널이 나오면 주식 시장에서는 또 다른 반전이 시작될 것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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