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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토털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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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제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다." LG화학 노기호 사장이 최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최근 영업.마케팅 담당 임직원들에게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어떻게 파느냐 하는 서비스 마인드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케팅의 발상이 달라지고 있다. 축구경기에서 전원 공격하고 전원 수비하는 '토털 사커'를 연상하게 하는 '토털 마케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업과 마케팅 분야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LG화학 박기성 혁신지원팀장은 "연구개발(R&D)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은 데다 개발한다고 해도 경쟁업체들이 쉽게 따라 한다"며 "R&D와 함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케팅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최근 주요 고객을 전담.관리하는 '키 어카운트 매니저(Key Account Manager)'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고객사에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가장 빨리 파악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박 팀장은 "3M이나 바스프 등 글로벌 화학회사는 이미 이런 제도를 두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한 회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 밖에도 ▶마케팅 기능 강화 ▶영업교육 프로그램 정비 ▶영업지원 기능 강화 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이 같은 마케팅 혁신을 통해 올해 영업사원의 1인당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20% 높인 85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석유화학은 지난달 말 '토털 마케팅'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토털 마케팅은 단순히 영업활동을 통해 제품을 파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과의 관계 구축을 통해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임직원이 자신이 스스로 파트타임 마케팅 담당자라는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석유화학은 ▶'관계 마케팅'으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고 ▶'감성 마케팅'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유지.확대하며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자사의 혁신기법을 상품화하는 기술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유재 교수는 "제조업에서 서비스형 마케팅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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