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지원의 뚝심, 수시 2차모집에 베팅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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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강일구]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험생들은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장애물 하나를 넘은 셈이다. 그러나 수능은 대학합격을 위한 1차 관문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어떤 지원전략을 짜냐에 따라 당락은 뒤바뀔 수 있다. 다음달 8일 수능성적이 발표되기 전까지 수능 가채점 결과와 학생부 성적, 대학별고사 준비상황 등을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올해는 수능 응시인원이 증가했고, 2012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과목이 조정되는 등 외적요인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 판단을

수능 성적표를 받으면 상당수 학생이 실망한다. 수능이 끝난 뒤 20일 넘게 가채점을 통해 나온 자신의 원점수를 토대로 진학가능한 대학·학과를 알아봤지만, 실제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와 백분위로는 생각했던 대학에 원서접수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채점 과정에서 맞았다고 생각했던 몇 문제가 틀렸을 경우 지원가능 대학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혼란에 빠지기 쉽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원점수만으로 지원대학·학과를 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채점한 원점수를 토대로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을 환산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며 “수능 가채점은 정확해야 한다. 확실하지 않은 문항에 대해 관대하게 채점하다 보면 지원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수시1차 모집에 지원했을 경우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영역별 등급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수능성적이 지원한 대학·학과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모자라거나 등급컷에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 자신의 성적대에 맞는 수시 2차모집 지원대학과 학과, 전형을 빨리 정해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 평소 모의고사 때보다 수능성적이 잘 나온 수험생들은 정시모집을 적극 공략하는 게 좋다.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등이 정시모집 정원의 70%를 수능성적만으로 우선선발하는 등 수능 중심 선발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늘었다.

 수시 2차모집, 자신의 강점을 살려야

“수능성적이 평상시 모의고사 때보다 낮게 나온 경우 수시 2차모집에서 정시모집으로 가기 어려운 대학 2~3개를 골라 상향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의 말이다. 수시 2차는 학생부 중심·대학별고사 중심 등 다양한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능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자신의 강점을 잘만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화여대와 건국대, 동국대, 숭실대 등 90여 개 대학이 수능 전후로 수시 2차 원서접수를 받는다.

 수능 이후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 중 건국대와 동국대, 서울시립대 등은 학생부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대학별고사에 대한 부담이 없는 대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손 전무는 “그러나 동국대 인문계와 숭실대 자연계, 한국항공대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이 ‘1개 영역 2등급’, 경원대 인문·자연계와 광운대는 ‘2개 영역 3등급’으로 정시모집에 비해 수능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만 좋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수시 2차 대학별고사 중심 전형은 수능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노리기에 적합한 전형이다. 경기대 일반학생 전형(학생부 50%+논술 50%로 선발)과 단국대 논술우수자 전형(1단계 학생부 100%로 8배수 선발한 뒤 논술만으로 30% 우선선발, 나머지 70%는 학생부 40%+논술 60%로 선발), 숙명여대 논술우수자 일반선발(학생부 40%+논술 60%)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능 이후 원서접수를 받는 대학 중 전공적성검사 중심 전형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가톨릭대를 제외하고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상위권 대학 정시모집 합격선 높아질 것

올해는 수능응시자수가 지난해에 비해 5%(3만 3300명) 정도 늘어나 정시모집 경쟁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경쟁률 상승에 따라 최상위권 학생의 하향 안정지원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상위권 대학 중하위권 모집단위를 중심으로 정시모집 합격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9학년도에 비해 수능응시자수가 15%(8만 8995명) 늘어났던 지난해에도 상위권 대학들의 합격선이 올라갔었다. 특히 2012학년도부터는 수리‘나’형에 ‘미적분과 통계기본’ 부분이 추가되고 탐구영역 과목수가 줄면서 재수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상위권 학생들의 하향 안정지원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이 정시모집 정원의 70%를 수능 우선선발로, 한양대 나군은 수능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등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학생부 등 다른 전형요소에 비해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은 수능우선 선발 등 수능중심 전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소장은 “지원대학·학과를 도전·적정·안정권으로 분류해 모집군별로 2~3개 대학으로 압축하고, 실제 표준점수와 백분위 성적이 나온 뒤 지원대학을 확정하라”며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수시지원 대학·학과를 포기하고 정시모집 지원에 적극 나서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글=최석호 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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