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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美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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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중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地大人多). 미인(美人) 역시 많다. 역사상 최고 미녀로 네 명을 꼽는다. 서시(西施)는 강물에 비친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물고기가 그녀를 보다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 강바닥에 가라앉았다는 ‘침어(沈魚)’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미모에 기러기가 날갯짓하는 것조차 잊어 땅에 떨어졌다는 ‘낙안(落雁)’ 왕소군(王昭君), 황홀한 아름다움에 달도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다는 ‘폐월(蔽月)’ 초선(貂蟬), 궁정에 핀 꽃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는 ‘수화(羞花)’ 양귀비(楊貴妃)가 바로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미모는 한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라 하여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불린다. 이를 활용한 전법이 있으니 ‘36계’ 중 31계인 미인계(美人計)다. 다음은 그 해설.

 “만약 적의 병력이 강하면 장수를 공략한다. 적장의 지모가 뛰어나면 그 의지를 꺾어야 한다. 장수가 약하고 병사들의 사기가 흩어지면 스스로 붕괴된다. 적의 약점에 편승해 힘쓴다면 아군에게 유리하게 전환할 수 있다(兵强者, 攻其將; 將智者, 伐其情. 將弱兵頹, 其勢自萎. 利用禦寇, 順相保也.)”

 미인계는 강태공의 『육도(六韜)』 중 문(文)으로 적을 친다는 문벌(文伐)장에 나오는 “아첨하고 정치를 그르치는 신하는 길러서 방황하게 하며, 미녀와 음탕한 음악을 권해 그 정신을 미혹하게 한다(養其亂臣以迷之, 進美女淫聲以惑之)”에서 나왔다. 달콤한 사탕발림을 뜻하는 ‘당의포탄(糖衣<70AE>彈)’ 전법이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미(美)는 양(羊)과 관련이 있다. 고대 중국에서 양은 신에게 바치는 중요한 살아있는 제물이었다. 미는 양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양(羊) 아래의 대(大)는 암컷 양의 허리 부분이다. 즉 제물로 바치는 성숙한 양의 아름다움에서 미(美)가 나왔다. 또 양은 점(占)을 쳐서 신의 뜻을 묻는 신판(神判)과 관련이 깊다. 상(祥)은 양을 제물로 삼아 길흉을 점쳐보는 것으로 징조, 상서롭다는 뜻이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시상식 도우미들의 미모(美貌)가 연일 화제다. 건강·외관·체형 등 외적 요소는 물론 언어 능력과 끼·사상성까지 두루 살펴 엄선했다고 한다. ‘총칼이 미녀를 당하랴’는 식의 미인계인지, 흥행을 위한 서비스인지 그 노림수가 궁금하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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