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고객 재평가, 허브고객 확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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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포브스코리아 CEO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진오 한국IBM 전무, 권희석 하나투어 대표, 강문영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이철 연세의료원장, 맹무섭 리츠칼튼서울 대표, 이강태 하나SK카드 대표,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 [포브스코리아 전민규 기자]

요즘은 다들 정보와 자료의 범람 속에서 살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IBM이 글로벌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둘 중 하나는 정보 홍수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분석해 내는 작업(Business Analytics)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주제를 놓고 중앙일보와 포브스코리아는 한국IBM과 공동으로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권희석 하나투어 대표, 맹무섭 리츠칼튼서울 대표, 이강태 하나SK카드 대표, 이철 연세의료원장, 강문영 KAIST 경영대학 교수, 송진오 한국IBM 전무가 참석했다. 사회는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가 맡았다.

사회: 넘치는 자료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려내고 그걸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게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가능하고 실제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송진오: 선진 분석기법이라 해도 사실 새로운 게 아닙니다. 기존 정보기술(IT)을 정보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죠. 이걸 잘 활용하면 예컨대 온라인에서 우리 회사가 얼마나 자주 거론되고 있으며,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도 추론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그 결과에 따라 마케팅을 포함한 의사결정을 하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온타리오대와 함께 진행한 미숙아 관련 프로젝트였습니다. 맥박수나 산소량 등 많은 정보를 분석해 몇 시간 뒤 아이의 상태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미숙아들의 생존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이철: 우리 병원도 환자들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에게 스마트 카드를 발급해 병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교수들은 디지털화된 X선과 병력 정보로 전보다 훨씬 많은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강문영: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 고객들의 가치도 재평가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방문자나 트위터 팔로어가 많은 고객에게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이지요. 미국 기업들도 금융위기 전엔 고객을 늘리는 데 주력했지만 지금은 가치 있고 영향력이 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송진오: 과거 통신사들은 고객 확보가 최대 목표였지만 시장이 성숙하면서 지금은 고객 이탈을 막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탈 고객을 줄이기 위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허브 고객’ 관리입니다. 허브 고객이란 통화가 집중되고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래서 통신사 중에는 통화패턴을 분석해 허브 고객들을 관리하는 곳이 있습니다.

 권희석: 여행사에선 고객 정보를 상품 개발과 수요 예측에 많이 활용합니다. 설문을 통해 미리 소비자들의 선호 여행지를 파악하고 전세기를 배정하는 식입니다.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다양한 마케팅도 벌입니다. 실속형 여행을 좋아하는지, 비용은 좀 비싸도 품위 있는 여행을 원하는지 고객별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죠.

 이강태: 카드사의 경우 고객 정보 분석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66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의 기호를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무슨 요리를 좋아하는지, 쇼핑은 어느 시간대에 하고, 언제 골프를 치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다음 행선지를 예측하고, 그 상황에 필요한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면 감동 마케팅이 될 것입니다.

 이철: 모금을 위해 미국에 있는 동문들 주소를 파악한 적이 있는데, 미국에선 고객 정보를 분석·가공해 팔고 있더군요. 개인의 기부 성향을 분석해 주는 웰스엔진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맹무섭: 리츠칼튼은 메리어트그룹에 속해 있는데 그룹 내 호텔이 3000개가 넘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축적된 단골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영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짠 것을 싫어하는 고객에겐 담백한 요리를 내놓고 당뇨병 고객에겐 거기에 맞는 식단을 준비하죠. IT 기술로 고객 정보를 분석해 내면 특화된 서비스로 마음을 전달되는 마케팅을 펼칠 수 있습니다.

 강문영: IT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바로바로 반영하는 사례는 이미 많습니다. 유통업체에선 카트에 센서를 달아 어디서 오래 머물고, 전체적인 동선은 어떤지 파악해 매장 배치에 활용합니다. 인터넷에 많이 의존하는 회사는 아이트래커(eye tracker)라는 기기를 활용해 고객들이 웹사이트의 어느 곳을 즐겨 보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죠.

 사회: 기업마다 다양한 목적으로 그동안 IT 투자를 많이 했지만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강태: 금융회사들도 주기적으로 IT 부문에 1000억~3000억원씩을 투자해 왔습니다. 안하면 뒤처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를 봤다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시스템 구축에 비해 직원들의 교육 정도나 준비상태는 미흡했던 탓이라고 봅니다.

 권희석: 맞습니다. IT가 모든 걸 해결해 주리라는 생각도 바꿔야 합니다. IT는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시스템을 구축할 때부터 담당자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거기에 맞춰 설계돼야 합니다. 돈이 더 들어도 만족도와 효율성을 높이려면요.

 송진오: IT 기술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들어 있어야 합니다. 조직과 시장을 움직이는 다양한 주체들의 시각이 시스템과 연금술처럼 잘 배합될 때 생산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사회: 기업 중에는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IT 투자를 한 곳도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활용도와 만족도가 낮았을 겁니다. 이제는 다양한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본전을 뽑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 토론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손용석·유현정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포브스코리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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