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서울] “한국어는 느낌의 언어 … ‘~하자’는 말 가장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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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가 ‘의미의 언어’라면 한국어는 ‘느낌의 언어’입니다.”

4년 전 서울살이를 시작한 완린(萬林·26·여·사진)은 한국어 사랑이 유별나다. 그는 8월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오기 전 중국 시안(西安) 외국어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다 한국 친구들을 사귀면서 서울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한국어의 매력을 다양한 형용사와 의성·의태어라고 생각한다. 학위 논문 제목도 ‘의미 대조를 통한 한국 미각어(味覺語) 교육 연구’다. 달콤하다·달달하다·달짝지근하다·매콤하다·맵싸하다 등의 언어가 갖는 미묘한 의미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표현은 맛 자체보다는 맛이 주는 느낌을 전달하는 한국인의 표현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어는 말뿐만 아니라 글씨에도 느낌이 실려 있다고 생각한다. 엽서체처럼 앙증맞은 글씨체에는 사랑 얘기가 담겨야, 딱딱한 고딕체는 명령형이 들어가야 어울린다는 것이다. 러시아어는 단어가 길고 성별에 따라 명사의 어미가 달라 외울 게 많았지만 한국어에는 한자어가 많아 어휘 공부가 쉬웠다. 그러나 한자어를 한글로 쓴 경우 의미가 헷갈린 적이 많다. 한국에 처음 도착해 학교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빨간색의 두 글자가 눈에 띄었다. ‘만원’. 그는 한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1만원을 내야 하는가 싶어 순간 당황했다.

 완린이 좋아하는 한국말은 “~하자”다. “같이 가자” “밥 먹자”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친구와 우정이 깊어지는 느낌이 든단다. 중국어에도 비슷한 표현은 있다. 문장 끝에 ‘吧’(중국어 발음 ‘바’)를 붙이면 비슷한 표현이 되지만 한국말처럼 다정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쌤’(선생님), ‘대빵’(무척), ‘ㅇㅋㅋ’…. 요즘 휴대전화에 자주 뜨는 문자다. “재미있는 표현이긴 한데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건가요?” 완린의 질문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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