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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새 주인 후보 오늘 결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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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경제적 가격을 썼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현대자동차그룹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현대그룹 진정호 전략기획본부 상무)

 올해 나온 기업 인수합병(M&A) 물건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15일 마감됐다. 마감시간을 30분 남긴 오후 2시30분 현대그룹이 먼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채권단의 접수처에 서류를 제출했고, 곧 이어 현대차그룹도 관련 서류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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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평가하나=채권단은 이날 조선호텔에서 1박2일간 합숙 심사를 벌인다. 이어 16일 오후 우선협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격이다.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 매각 금액이 3조5000억~4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자금 조달과 경영능력 등 가격 이외의 변수 영향이 작지 않다. 앞서 11일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자금조달 계획과 능력 ▶경영계획과 능력 ▶약속사항 이행 ▶사회·경제적 책임 등 네 가지 항목을 중요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해 나중에 기업이 부실화되는 ‘승자의 저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날 통화에서 유 사장은 “비가격 요소가 평가기준에 잘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쪽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는다면 불공정 시비가 생길 우려도 있다. 일단 비가격 요소 면에선 현대차그룹이 좀 더 유리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6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실사를 거쳐 연말까지 본계약을 맺게 된다.

 ◆양쪽 모두 “승리할 것”=이번 인수전은 ‘범 현대가’ 내부(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쟁이란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감정 싸움까지 겹치면서 양측은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입찰 서류를 제출한 현대엠코 조 사장 외에 그룹 기획조정실 산하 경영지원3팀이 인수전에 매달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찰에 참가한다는 발표는 9월에 했지만 그보다 석 달쯤 전부터 치열한 내부 검토를 해왔다”며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주말도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하종선 사장이 이끄는 그룹 전략기획본부가 인수전을 주도했다. 서울 연지동 사옥의 동관 11층이 이들의 근무지다. 전략기획본부는 40여 명의 기존 인력 외에 현대상선·현대증권·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도 임직원을 파견받았다. 두 그룹 모두 금융·회계·법률자문사를 포함해 수백 명의 인력을 쏟아부었다.

 입찰 서류를 낸 뒤 두 그룹 관계자들은 평소와 달리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심으론 승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금력과 경영능력 모두 우리가 우위인 것이 사실 아니냐”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하·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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