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황금’ 리튬 최대 산지에 교두보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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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칠레 아타카마 염호의 리튬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업체 관계자들이 사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현지 기업 대표인 에라수리스 그룹 회장(가운데 설명하는 이)의 오른쪽은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왼쪽은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 [산티아고=조민근 기자]

14일(현지시간) 칠레 아타카마 염호.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1200㎞ 떨어진 해발 2300m 고지로 접어들자 아득한 평원이 끝없이 이어졌다. 먼 옛날 지각이 솟아 오르면서 갇힌 바닷물이 오랜 세월 말라붙고 지하로 스며들면서 만들어진 소금 호수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이 땅이 요즘 새로운 자원 전쟁터가 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늘면서 리튬을 원료로 한 2차 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호 중앙부에선 바닥을 2~3m만 파고 들어가도 소금물이 흐른다. 이 소금물을 뽑아내 여러 차례 증발시키고, 정제하면 이른바 ‘백색 황금’이라 불리는 리튬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아타카마 염호는 리튬을 만드는 데 최적지다. 연 강수량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한 기후 덕에 소금물이 증발과 농축을 거듭했다. 그 덕에 리튬의 함유 비율도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를 잇는 대표적 리튬 산지인 ‘리튬 트라이앵글’ 내에서도 가장 높다. 그만큼 싼 가격으로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이 지역이 전 세계 리튬 공급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 세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 지역에 15일 국내 기업들이 교두보를 확보했다. ‘리튬 붐’에 힘입어 현지 기업이 새롭게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삼성물산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분 참여를 했다. 또 여기서 생산되는 리튬은 모두 국내 기업이 판매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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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칠레 SQM이 터를 잡은 염호 중앙부의 외곽 지역이 개발 대상이다. 사업 부지만 약 700㎢로 서울시 전체 면적(604㎢)보다 넓다.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은 “3년 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정보를 듣고 지분 확보를 위해 협상을 벌여온 끝에 계약에 이르게 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일본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리튬 트라이앵글’ 진출은 6월 아르헨티나 북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지역 프로젝트에 광물자원공사·LG상사·GS칼텍스가 30%의 지분을 확보한 데 이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탐사 단계로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추진 중이다.

 남은 격전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염호다. 본격 개발 전이지만 세계 최대 리튬 매장량을 갖고 있는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리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때를 대비해 미리 터를 잡아 놓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8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국은 일단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당시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9일 볼리비아 현지에서 광물자원공사와 국내 업체·연구기관 등이 대거 참여한 ‘리튬 산업화 연구 공동위원회’가 처음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국들의 견제도 만만찮다. 한국에 선수를 뺏겼던 일본은 최근 볼리비아와 리튬 연구와 사업화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볼리비아에는 우리가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현재로선 가장 앞서 있는 상태”라면서 “2차 전지 시장의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이 볼리비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티아고=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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