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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물리학자 홍승우가 국회 앞 1인 시위한 까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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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과학의 응용이라는 것은 있어도 응용과학이라는 것은 없다.” 프랑스 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1822~95)가 한 말이다. 그러나 기초과학, 응용과학이라는 인위적인 경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간 기초과학보다는 ‘당장 급한’ 응용과학 분야에 치중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응용과학 중심주의’는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다. 우리가 과학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길은 기초·응용과학의 상생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
우리에겐 그 길로 고속 주행할 수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로드맵이 이미 나와 있다.
이 로드맵은 과학 선진국 진입과 노벨 과학상 수상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는 우주생성의 비밀을 탐색하고 암의 근원적 치료, 영구 에너지, 방탄종이 같은 원천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러나 로드맵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2009년 4월 국회에 제출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파적 입장과 자신의 지역구를 우선시하는 일부 의원의 이해관계 때문에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는 17일 60여 개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런데 과학비즈니스특별법안은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지 불투명하다.

보다 못한 8000여 명의 과학기술인이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표류에 대한 과학기술인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서명한 과학기술인들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기초의학협의회·대한금속재료학회·대한기계학회·대한수학회 등 기초·응용 과학을 망라한 학회 소속원들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물리학자인 홍승우(51·사진)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홍 교수의 시위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1세기 과학한국, 과학비즈니스벨트 법안 통과부터” “법안 통과 2년 지체, 과학발전 20년 지체”. 홍 교수를 시작으로 과학자들의 릴레이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홍 교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과학기술의 ‘뉴딜정책’이라고 말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명박 정부의 3대 공약 과제 중 하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성공한다면 이 대통령은 ‘한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로 기억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칼자루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의원들이 쥐고 있다. 특히 서상기(한나라당·대구 북을)·안민석(민주당·오산)·이상민(자유선진당·대전 유성) 간사의원의 정파적·지역적 입장을 벗어난 애국적 결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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