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일일이 전화 걸어 금리 깎아주는 은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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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 24면

한국의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다 캐나다로 이민 온 지인이 있다. 여기 최대 은행 중 하나인 TD Bank에서 대출모집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 고객들한테 전화를 돌리느라 너무 바쁘다고 불평이다. 이유가 재미있다. 캐나다 연방은행이 연이어 실세금리를 올리면서 은행의 대출금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일종인 라인오브크레디트는 대개 3% 초반에서 금리가 결정되어 왔으나 이제 4%에 육박하는 수준이 되었다. 대부분의 고객이 변동금리부 대출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고정금리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 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고정금리가 2% 초반이라 하니 자그마치 50%포인트 가까이 할인받는 혜택을 우수고객들이 받게 되는 것이다.

김우진의 캐나다 통신

수수료면 수수료, 이자면 이자, 늘 더 내는 데만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은행의 전략은 명료하다. 첫째, 더 낮은 고정금리로 전환시키는 대신 원금의 일부까지 상환시킴으로써 은행의 자산부채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둘째, 모기지전문회사의 공격적 영업이 이루어지면 고객 쟁탈 현상이 나타나고 소모전이 확산되면 결국 모든 금융회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를 예방하고 우수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대출금리 할인은 단기적 측면에서 볼 때 회사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러나 대출금리 상승으로 상환불능고객 수가 늘어난다면 은행수지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차라리 부실요인을 사전에 차단해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전략이 장기적으론 이득이다.

한국은행은 이르면 올해가 가기 전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금리상승 시기가 온다. 시중 실세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되지만 대신 예금금리는 늦게 움직이기 때문에 은행수지는 개선된다.

이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해 주면 어떨까. 이러한 조치는 고객의 충성심을 유발시켜 금융회사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금융회사로 고객이 옮기기를 원해도, 거래비용이 높아 이를 실행할 수 없다면 감독당
국은 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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